김태훈
무선인터넷망 개방을 대하는 포털사업자들의 최근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수년째 망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만 높을 뿐 실제 투자는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빗대어 “땅짚고 헤엄치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나온다.
그간 망 개방 논의에서 수세에 몰려온 쪽은 이동통신사였다. 무선인터넷사업의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망 개방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없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판의 화살이 포털사업자로 옮겨갔다.
지난 수년간 포털사업자들은 무선 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보통신부도 무선인터넷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망 개방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통사에 대한 고삐를 조여왔다.
통신위원회의 잇단 제재 조치로 무선인터넷 플랫폼 연동정보가 공개됐으며, 무선인터넷 접속 메뉴체계를 개선한 단말기도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주소회신용(URL) 메시징도 완전히 개방됐다. 그간 무선사업을 펼치는 데 필요하다고 요구해온 조건도 대부분 개선됐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정작 이를 활용해 사업을 펼치려는 포털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온세통신만이 무선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mASP) 형태로 서비스에 나섰을 뿐 개방된 정보를 활용해 독자 서버를 구축하려는 사업자가 없다. 신규 투자보다는 돈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기존의 웹투폰 서비스에만 안주할 태세다.
당연히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다음에야 투자하겠다는 발상은 무선인터넷 분야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이기적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기존 휴대폰의 메뉴체계까지 모두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뒤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제도 등 환경의 개선은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정부도 이 때문에 포털사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게 된다. 특히 투자와 모험이 뒤따르지 않는 한 결코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포털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IT산업부·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