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개발제품 분석을 맡고 있는 이은애씨(여·25). 그는 ‘파워 IT코리아’의 상징으로 떠오른 낸드플래시메모리와 동거동락하며 자부심을 키운다.
“제가 담당하는 업무는 전세계 누구도 만져보지 못한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 단계 때부터 분석하는 것입니다. 제 손 끝을 거치는 반도체는 거의 예외없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씨가 매일 접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웨이퍼의 장당 가치는 3만∼4만달러. 고급승용차 한 대와 맞먹는다. 물론 그에게 웨이퍼는 은행직원들이 매일 접하는 종이 ‘돈뭉치’와 마찬가지. 하지만 이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낸드플래시가 연일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보배로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마다 웨이퍼를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새해 첫날에도 생산라인은 계속 돈다. 이씨는 폭증하는 수요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이 제품을 구하려고 삼성전자에 줄을 선다는 말도 듣는다. 70년대 세계 공업국들이 ‘오일’을 찾아 전세계를 헤매다녔다면 2000년대에는 바로 이 낸드플래시를 찾아 세계가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기원 후 1세기에 만들어진 실크로드는 중국산 비단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동서양의 문화·종교·사상이 접목되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고, 이제 대한민국산 낸드플래시가 그 역할을 대신하며 ‘낸드 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인간의 생활도 바꾸고 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사장은 “몇 년 후에는 낸드플래시 하나로 24시간 인간의 기억을 통째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며 “창조적인 생각과 정을 키우는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낸드플래시가 대신할 것”이라는 말로 저장매체의 혁명을 표현했다. 세계 언론도 낸드플래시를 중국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이후 최대의 ‘정보전달 혁명’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혁명을 지켜보던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도 지난해 ‘산(産) 낸드국(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 ‘대한민국’은 21세기 낸드플래시를 통해 산유국에 필적하는 힘을 확보하게 됐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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