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영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2006년은 뭐니뭐니 해도 월드컵이 최대 이슈다. ‘꿈의 구현’에 지구촌은 한바탕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 것이다. 정보통신(IT)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끝나자마자 거스 히딩크 감독을 내세운 TV광고를 내보내며 축구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월드컵은 우리에게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사상 초유의 대표팀 감독 경질에 16강 첫 진출 꿈이 무너진 98년 프랑스월드컵은 기억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뒤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은 ‘4강신화’라는 가슴 벅찬 감격을 몰고 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다행인 것은 월드컵의 해를 맞는 IT업체들의 표정엔 그래도 희망이 먼저 번진다는 것이다. 4강신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월드컵이 그동안 움츠려온 한국경제가 기지개를 켜는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 특수가 예상되는 디지털TV 업체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폭주한 수출 물량이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중소 TV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에 이은 ‘제4의 코리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야심도 품기 시작했다. 지난 80∼90년대 소니와 마쓰시타 등 ‘투톱’이 세계 브라운관TV 시장을 주도하면서 도시바·미쓰비시·산요·JVC·샤프 등 일본의 많은 업체가 덩달아 TV브랜드로 성공한 역사도 종종 되뇌인다. 아날로그TV에서는 뒤졌지만, 디지털TV에서는 앞서 가겠다는 각오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가 그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월드컵의 해. 업체들은 벌써 흥분해 있다. 그만큼 각오도 다르다. 새해에는 중소 TV업체들의 야심처럼 디지털TV에서도 ‘4강신화’의 감격을 맛봤으면 좋겠다. 물론 한국 축구대표팀도 파이팅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