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안에 축구장 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어, 진짜 그렇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긍호 박사의 ‘숯 한 조각에 축구장을 담는 계산법’을 따라가 보자.
불에 탄 섬유질이 탄소형태로 남는 숯 안에는 지름 2∼5마이크로(1백만분의 1)미터 짜리 구멍들이 촘촘하게 겹쳐 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아야 할 정도(체적)인 1㎝×1㎝×1㎝ 짜리 숯 조각 안 구멍들의 표면적은 약 90㎡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체적 4㎝×4㎝×4㎝ 짜리 숯 조각 안 구멍들의 표면적은 약 7140㎡란다. 이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105m×68m)을 덮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숯 조각 몇 개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내린 빗물을 담아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물리적으로 그만한 양의 물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냄새를 담을 수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냄새는 채우는 게 아니라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이때 흡착력이 일정한 값이라면 표면적이 넓을수록 전체량(냄새 흡수량)이 커집니다.”
냉장고 안에 숯을 넣어두면 냄새가 사라지는 이유다. 그동안 물에 담가두거나 간장독 안에 넣어두는 등 체험적 형태로 숯 안 공간이 활용되어 왔다. 산업적으로도 반도체 공장 공기정화기, 폐수 필터 등으로 쓰인다. 최근 대만 산업기술연구소(ITRI)는 대나무를 탄화(숯)시켜 나노 입자로 갈아낸 뒤 생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옷감으로 만들었다. ITRI 측은 새 옷감이 냄새와 균을 없애주고, 원적외선을 방출하며, 열을 저장한다고 주장했다. 유명 스포츠 용품업체인 나이키도 대나무 숯 옷감을 원재료 목록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중이란다.
숯으로 만든 옷감 덕택에 우리 몸이 많이 깨끗해지겠다. 그런데 지나치게 깨끗해지면 곤란하지 않을까. 주변이 너무 깨끗해질수록 몸 항생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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