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우리나라에 소개돼 진한 감동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리스 영화 ‘안개속의 풍경’이 9년만에 16일 앙코르 개봉된다. 이 영화는 공허하고 다소 스산해 보이는 현대의 그리스를 나이 어린 오누이가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단순한 여정 속에 잘 담아내고 있는 수작이다. 감독은 두 남매의 여행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공허함과 절망감, 그리고 좌절감을 보여준다.
마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다분히 몽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로드무비로서 다소 긴 호흡으로 찍어냈다. 특히 음침한 느낌의 꿈 같은 이미지를 표현해낸 촬영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 눈 속의 결혼식 장면과 크레인에 의해 거대한 손이 바다에서 이끌려 나오는 모습, 또 순진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세계를 응시하는 광경 등이 인상적이다.
볼라와 알렉산더 두 남매는 기차역에 나가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헛수고다. 둘은 결국 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독일행 기차에 오르지만, 고통의 연속이다. 무일푼인 관계로 무임승차를 했던 그들은 곧 발각되어 쫓겨나고 삼촌의 공장으로 간다. 거기서 삼촌과 경찰과의 대화 중 독일에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거짓말이었음을 듣는다.
문득 눈이 온다. 환호하며 나가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곧 정물로 변해 버린다. 죽어가는 말이 끌려오고 옆에서는 파티의 손님들이 시끄럽다. 무언가 부조화스럽다. 죽음 앞에서조차도 사람들은 모두 냉담하고 무관심할 뿐이다. 마침내 알렉산더는 울음을 터뜨린다.
(감독: 테오 앙겔로플로스, 출연: 타냐 파라올로구, 미칼리스 제케,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개봉: 12월16일)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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