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vs LG전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대하면 일반인은 어떤 이미지부터 떠올릴까. ‘애니콜’ ‘사이언스’ ‘하우젠’ ‘디오스’ 등 아무래도 눈과 귀에 익은 브랜드가 아닐까.
삼성전자 손정환 상무(48)와 LG전자 한승헌 상무(44). 미디어 광고와 브랜드 디자인을 맡고 있는 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 메이커다. 때로는 다이내믹한 화면으로, 때로는 잔잔한 대사로 일반인의 가슴에 삼성과 LG의 로고를 심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사람이 입사한 지 1년 안팎의 ‘새내기’라는 것. 하지만 이들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아름다움의 크기가 다릅니다’ ‘생방송을 멈춘다’와 같은 익숙한 카피로 삼성과 LG의 대표 전도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행사 vs 광고주=연세대 사회과학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소비자와의 접점찾기에 날밤을 새우는 ‘크리에이터’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한 사람은 광고대행사에서, 한 사람은 광고주(클라이언트)로 주로 활약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광고 철학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요즘 광고 스타일도 눈에 띄게 색깔이 다르다.
손 상무는 20년 남짓 줄곧 광고대행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야말로 ‘광고쟁이’다. 오리콤에서 시작해 금강기획,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 등 회사 간판만 바뀌었지 광고대행 업무가 이어졌다.
‘최강의 꿈 아반떼’ ‘OB가 좋다, 사람이 좋다’라는 귀에 익은 카피는 물론이고 한때 유행어가 됐던 ‘부자되세요’와 ‘끌리면 오라’도 그가 광고대행사 시절에 만든 역작들이다.
반면 한 상무는 대표적인 광고 클라이언트 회사에 줄곧 근무했다. P&G USA에서 출발해 P&G 한국, 일본 등의 지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전담했다. 또 코카콜라 마케팅 이사, NHN 최고 마케팅 임원(CMO) 등 엄청난 광고와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회사를 두루 거쳤다.
학창시절 이력도 천양지차다.
대학시절 응원단장까지 지낸 손 상무는 군입대를 앞둔 지난 79년 ‘병태와 영자’(하길종 감독)라는 영화에 주인공 병태역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그해 최다 관객인 60만명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한 상무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명문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MBA를 밟으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휴머니즘 vs 영웅주의=“휴머니즘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손 상무) “제품을 광고의 영웅으로 만들어라.”(한 상무)
두 사람은 좋은 광고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다르다. 손 상무는 “인간냄새가 묻어나는 광고가 가장 호소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 한 상무는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고 명확히 제시하려면 제품이 영웅이 돼야 한다”는 영웅론을 펼친다.
실제 삼성이 10년째 고집하고 있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업광고는 올해에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속됐다. 반면 LG전자는 박지성·다니엘헤니 등 스포츠 영웅이나 연예 스타를 내세워 ‘타임머신 TV’와 ‘사이언 아이디어’ 등 더욱 역동적인 제품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고심했다.
◇그래도 닮았네=하지만 새로운 캠페인(광고)이 처음 시작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는 두 사람의 고민은 닮은 점이 더욱 많다. 무엇보다 요즘 이들의 고민은 소비자들과 어떻게 하면 좀 더 파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손 상무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광고, 하지만 일반인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광고를 만들자”는 것이 지론이라고 소개했다. 한 상무도 “LG전자의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좀더 도발적(risk-taking)일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들은 소비자들과 더욱 구체적인 교감도 꿈꾸고 있다.
손 상무가 올해 하우젠 에어컨과 김치냉장고에 각각 ‘서라운드’와 ‘다고네’라는 서브 타이틀을 붙인 것도 소비자들이 훨씬 쉽게 제품의 특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상무가 PDP TV에 ‘타임머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도 비슷한 고민이다.
두 사람은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브랜드 마케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상파 DMB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되고, 월드컵 특수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마케팅 시나리오는 일급비밀이다. 독창적인 상상력이 승부를 가르는 냉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로 올리는 작업이 계속될 것입니다.”
“더욱 도발적인 감성 마케팅으로 글로벌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겠습니다.”
두 라이벌은 파란색 삼성과 빨간색 LG의 로고가 이젠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명품 이미지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손 VS 한’ 재미있는 광고 스토리
“BC카드 ‘부자되세요’ 광고는 딱 10일만 방송했다. 당초 신정에 맞춰 5일만 하려고 했는데, IMF시절 어두운 시대상황에 직설적인 카피가 폭발력을 얻으면서 방송·신문 등 온 미디어가 화제 광고로 소개하면서 설날에 맞춰 5일을 더 편성했다. 하지만 워낙 미디어에 많이 기사로 소개돼 훨씬 많은 광고 효과를 봤고, 그해 10일만 방송하고 최대 히트 광고로 꼽혔다.”(손 상무)
“XCANVAS 타임머신 PDP의 박지성 광고 찍을 때 이야기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페널티킥을 골대 정중앙으로 차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엑스트라를 등장시켜 공을 한가운데로 차도록 하고, 카메라를 돌렸지만 아무도 성공을 시키지 못했다. 참다 못해 박지성이 나섰는데, 그는 단 한 번에 골대 한가운데를 가르는 캐논 슛을 날렸다. 역시 ‘프리미어 리거’는 달랐다.”(한 상무)
◇손정환 상무 프로필
1957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뉴욕주립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오리콤, 마케팅부장 (1982∼94년)
금강기획, 광고본부장 (1994∼2000년)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 총괄본부장 (2001∼2004년)
삼성전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룹 상무 (2004년∼)
◇한승헌 상무 프로필
1961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MBA
P&G 미국, 부 브랜드 매니저 (1989∼91년)
P&G 한국, 브랜드 매니저 (1992∼95년)
P&G 아시아본부, 마케팅 매니저 (1996∼99년)
P&G 일본, 마케팅 이사 (1999∼2001년)
코카콜라 한국, 마케팅 이사 (2001∼2003년)
NHN, CMO (2003∼2005년)
LG전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장 (2005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