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부자 되는 먹이사슬 `지식생태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동막골’은 물질문명과 담을 쌓은 정신적 유토피아다.

 불평이나 분쟁도 없다. 그러나 촌장에게 뭔가 특별한 지도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이 위대한 지도력의 비결을 묻자, 촌장은 뜻밖의 대답을 한다. “뭘 마이 멕이야(많이 먹여야) 돼”라고 말이다. 제아무리 정신세계가 중요하다 해도 촌민을 탈 없이 행복하게 이끌려면 경제적 풍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의 발전을 견인해 가는 현 상황에서 풍요의 근원은 단연코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지식생태계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구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지식생태계에도 생산자와 분해자, 소비자가 있다. 지식정보를 만드는 생산자와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소비자 그리고 생산된 지식정보를 수집·가공·확산해 과학기술의 토양인 지식정보 인프라를 풍요하게 만드는 분해자가 있다. 자연생태계와 다른 점이라면 이들이 자연계의 먹이사슬과 같이 일직선적인 관계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 가운데 특별히 분해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생태계에서 박테리아와 세균 등의 분해자가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야 건강한 생태계의 순환이 가능하듯 과학기술 지식생태계에서도 분해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원문정보를 연구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고급정보로 가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급증하고 있는 DNA 분석 자료나 바이오 실험수치 같은 대용량 지식정보들을 저장·가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슈퍼컴퓨팅 기술 그리고 이 정보들을 사이버상에서 자유롭게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초고속네트워킹 기술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e사이언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 역시 분해자의 몫이다.

 또 지식정보의 생산자가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지식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해 분해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생산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지식정보를 소비자 각각의 특성에 맞게 맞춤 제공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분해자가 어떠한 토양을 만드는가에 따라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은 확연히 다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행된 연구의 성과도 천지차이가 있다. 뛰어난 생산물은 분해자에 의해 가공, 확산됨으로써 한층 더 진일보된 연구를 가능케 하고 다시 더 뛰어난 지식정보를 생산한다. 이렇게 지식생태계의 유기적인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역동적인 지식생태계의 조성’을 선진국 진입의 최대 과제라고 지목하고, 지금부터라도 지식기반형 사회를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사망한 미래학의 세계적인 거장 피터 드러커가 ‘21세기는 사회 전반이 지식을 매개로 이뤄지는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 예견이 그대로 맞아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이 세계 최고의 문턱을 넘으려면 역동적이고 자생적인 지식생태계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토양을 비옥하게 가꿔 연구 성과의 확대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분해자의 중요성에 특히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동막골 촌장의 말처럼, 국민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경제가 풍요로워져야 한다. 분해자의 역할을 강화해 과학기술 R&D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과학기술 선진입국이라는 꿈을 이뤄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풍요로 국민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는 과학기술계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조영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hcho@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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