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88)미지의 심해저

Photo Image

1977년,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은 장장 1시간 30분의 잠수 끝에 수심 2700m의 바닥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은 심해를 암흑의 사막과 같은 공간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잠수정에서 관찰한 심해는 열대의 정글 못지않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곳이었다.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어른 신발보다도 더 큰 대합과 홍합들 그리고 사람 팔뚝만한 두께로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관벌레 등 희귀 생물들로 가득했다.

이 심해저는 뜨거운 물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열수분출공 때문에 생태계의 기초 생산자인 광합성 식물이 없더라도 다양한 생물이 생존하고 있다.

해저지각의 틈 사이로 스며들어간 바닷물은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350℃까지 데워지며 구리, 철, 아연, 금, 은 등과 같은 금속성분들을 녹여 함유하게 된다. 주변의 박테리아들이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화수소를 비롯한 금속성분을 이용해 유기물을 합성함으로써 지상생태계에서의 식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열수분출공은 광물자원 개발, 생물다양성 연구 등 여러 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햇빛이 없고, 수압이 높으며,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열수분출공의 환경이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조건과 비슷할 것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 연구를 통해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