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우주인을 뽑자는 데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기억 저편으로부터 가장 먼저 되살아난 말은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 지난해 1월 말, 과학기술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한국 첫 우주인 선발계획을 접한 노무현 대통령이 보였던 반응이다. 이후 우주인 선발사업은 수개월 동안 주춤거렸다.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한국 첫 우주인이 우주에서 ○○○(유명 음료수)를 마시는 장면의 광고효과’를 앞세워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완과 의지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2004년 4분기,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지상파방송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주인 배출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방송3사 컨소시엄은 이런저런 이견과 자본유치 문제로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시들해진 우주인 선발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과기부였다. 지난 2월 “모든 과학문화사업을 우주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공표했고, 3월에는 “2005년 사이언스코리아(과학문화확산국민운동) 주제를 ‘스페이스코리아’로 삼겠다”며 붐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 10월 ‘문화방송(MBC)의 주관사업자 단독 응모’로 이어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산됐다.
이달 말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한국 첫 우주인을 뽑는 일정이 시작된다. 러시아 측이 요구하는 대가는 200억원 정도. 정부가 60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민간이 부담한다. 정부 예산 가운데 15억원은 2005년도 예산을 이월하고, 나머지 45억원은 내년 신규 예산으로 편성한다. 그런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내년 예산 45억원을 30억원으로 삭감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으로부터 최소 140억원, 최대 155억원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결코 쉽지 않은 규모다.
말레이시아도 첫 우주인을 배출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주인 배출사업에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러시아산 전투기 구입으로 갈음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인 배출 대가에 위성, 발사체 기술이전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겠다”는 예감이 더욱 강해진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