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쓰지 않는 것을 왜 우리가 사서 써야 합니까”
이 한 마디에 4억3000만달러짜리 수출 계약이 바람 앞 등잔불 처지다. 종합철도회사인 로템은 2003년 6월 말레이시아 조흐바루 주 정부의 복선 7.9㎞ 도시형 자기부상철도시스템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2004년 12월 본계약 직전에 ‘실용화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가슴을 졸이게 됐다. 여전히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실용화 시범운행실적’이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경기도 의왕시 월암동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그곳에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나선 자기부상철도연구팀을 만났다. 이 팀은 자기부상철도 실용화 사업기획에서 차량 성능 개선, 토목, 전기, 신호, 설계·시방 기준 설정에 이르기까지 자기부상열차 실용화를 위한 거의 모든 작업을 맡고 있다.
이영훈 팀장은 “철도(시장논리)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누군가 실제로 타고다니는 것’을 보여줘야만 지갑(구매)이 열린다”며 “하루빨리 국내 시범운행노선을 정하고 실용화를 위한 성능향상 연구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내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약 4500억원을 들여 7㎞의 도시형 자기부상철도 실용화를 위한 시범노선을 구축하기로 확정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하며 편리한 미래형 교통시스템 공급체계를 확립하고 수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특히 생산유발효과 2조5000억원, 부가가치 8000억원, 고용유발효과 3만명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앞세우며 국책 실용화 추진사업으로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독일 뮌헨 중앙역과 공항 사이 38㎞에는 잘 뚫린 도로와 지하철 2개 노선(급·완행)이 있지만 ‘10분 내 도착할 필요’에서 시속 430㎞의 자기부상철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쿄와 오사카 사이 500㎞를 1시간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를 만들어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처음으로 상하이 푸둥과 공항 사이 30㎞를 시속 430㎞ 자기부상철도로 연결한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변윤섭·최일윤 선임연구원, 장석각 책임기술원 등 팀원 모두가 입이라도 맞춘 듯 돌아가며 ‘자기부상철도 실용화가 필요한 이유’를 쏟아놓는다. 실용화가 시급한 탓인지 바퀴 없이 전자력으로 부상해 운행하기 때문에 소음·흔들림·먼지가 상대적으로 적다거나, 유지보수비용이 저렴하다는 등의 장점을 설명하는 여유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자력을 이용한 자기부상현상을 이용하는데 전기가 끊겨 덜커덕 내려앉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때서야 숨을 돌리고 “비상전원(배터리)으로 부력을 유지하고 서서히 제동하며 차량 하부가 궤도를 감싸 전복·탈선 우려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마니아(속칭 레일-팬)인 이영훈 팀장은 “통일이 되면 철도가 할 일이 많다”며 태평양-한반도-대륙을 잇는 청사진을 그려냈다. 요즈음 레일-팬(rail-fan)들이 중국으로 달려간단다. 실제 노선에서 운행중이어서 신기한(?) 증기기관차를 보기 위해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자기부상철도연구팀이 첨단 자기부상열차로 세계 레일-팬들의 한국행을 유인할 태세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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