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상한 규제 경쟁

손재권

 규제 완화는 세계적 추세다. 외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규제’를 꼽는다. 없어도 되는 규제가 많다는 뜻이다. 한때 우리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것도 과감히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처럼 오랫동안 철폐 필요성이 제기됐던 ‘규제’의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점은 최근 현안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현안인 통신·방송 융합(IPTV),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규제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 여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은 마치 시장 상황에 아랑곳없이 누가 규제안을 잘 만들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시민단체의 입법 청원을 받은 여당 국회의원과 방송위원회의 방통 융합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은 ‘규제 백화점’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신규 미디어를 기존 방송법의 규제 안에 넣겠다는 것이다.

 방송의 공익성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지역사업권 제도나 방송발전기금 납부, 와이브로, WCDMA(HSDPA) 등 신규 통신 서비스까지 방송의 규제 틀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규제를 최소화해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사업자의 의도를 완전히 꺾는 것이다. 신규 미디어 진입을 막아 기존의 것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규제의 목적은 아닐 터다.

 오늘 정보미디어법안에 대한 토론회가 벌어진다. 11일 방송법 개정안과 상반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내에 완전히 배치되는 규제안이 만들어지고 사전 합의 없이 경쟁하는 것이 볼썽 사납다.

 보조금 단말기 규제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해프닝도 규제 우선주의의 사고가 낳은 결과다. 단말기 보조금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많은 사업자가 만족하고 시장 친화적인 안을 만들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정통부의 ‘규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경쟁이 된 모양새다.

 시민단체나 정부기관, 국회는 어떤 규제책이 옳은지를 둘러싼 경쟁보다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명제 아래 공정 경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