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자체 단체장의 몫

류경동

 #사례1=대다수 지자체장이 그렇듯 이기봉 연기군수의 정보화 수준은 컴맹에 가깝다. 이 군수의 최대 관심사는 관내 농산업의 활성화. 여기에 힌트를 얻은 연기군의 정보통신담당 공무원들은 ‘Y-팜’이라는 무농약 고급 농산물 전문 쇼핑몰을 개설,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업 종사자가 대다수인 군민의 호응도 대단했다. 이에 이 군수는 올해 정보화 예산으로 35억원을 책정했다. 타 기초단체보다 배는 많다. 관내 8개 읍·면 단위까지 전산직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난 11∼12일 제주에서는 ‘지자체 정보화 조직인력 진단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지방 정보화 담당 조직과 인력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해 보자는 자리였다.

 ‘승진 꿈 접은 지 오래다’ ‘모든 영광은 행정직 몫이다’ ‘우리 단체장은 정보화 사업을 돈먹는 하마 정도로 인식한다’

 전국 시도·시군구에서 모인 300여 전산직 공무원은 행정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현실과 낙후된 지방의 정보화 마인드에 대해 성토했다.

 그런데 이런 불만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수년 전부터 지적되고 있는, 그러나 개선되지 않는 난제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행정직 전환 급수의 하향조정이나 기획 위주의 정보화조직 편제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행자부의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이다. 결국 현행 지방자치제 하에서는 단체장의 의지가 절대 관건이다. 이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이번 용역사업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단체장을 상대로 자신을 적극 세일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산직 스스로 변해야 한다.

 #사례2=지난 7월 1일 열린 전라북도청 신청사 개청식. 이날 행사는 영상 프레젠테이션 도중 일어난 갑작스런 사고로 엉망이 됐다. 며칠 후 김원기 국회의장의 축하방문 때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강현욱 도지사는 대노했다. 이러자 정보통신담당관실은 관련 업무를 공보관실에서 재빨리 이첩, 기술적 결함을 깨끗이 해결했다. 당장 4명의 전산 인력이 보강됐다. 7000만원의 관련 예산도 신규 확보했다. 강 지사의 선물이다.

  제주=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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