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인젠 임병동 사장④또 다른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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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사태 직후 무척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을 했고, 창업 후 2년 만에 우리나라에 유례가 없었던 벤처 붐 덕분에 초고속 성장도 경험한 나에게 다시 한번 어려운 시기가 왔다. 200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한 경기가 IMF보다 더 오래 하강곡선을 유지했다.

 다른 사업가도 그랬겠지만 내게 IMF와 2000년 이후 경기침체의 가장 큰 차이는 경기침체가 일찍 끝날 것으로 예상하느냐 또는 계속 되는 불황으로 예상하느냐 하는 차이였다. IMF사태는 끝이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심각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었지만, 예상보다 일찍 끝났고, 2000년 하반기부터의 경기하강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됐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됐다. 사업가들은 IMF사태 때보다 오히려 2000년 이후의 경기하강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따라서 더 힘들어했다.

 대부분의 벤처사업가들이 그랬듯이 나도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진 2000년부터 사업을 확장했다. 실제로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시기였지만, 그것을 민감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인 사업가는 많지 않았다. 어쨌든 경기는 하강하면서 경쟁은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충만해서 연구인력을 늘리고 영업인력도 늘리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러한 확장은 앞서 이야기한 데로 조직운영과 관리상의 문제도 발생했지만, 직접적으로 수익구조라는 사업성과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는 경기도 좋았고, 보안사업의 전망이 좋다고 인정되는 시기여서 새롭게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많은 시점이었다. 정말 한 달에 10개 이상의 보안업체가 창업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경쟁이 심화하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시기였는데도 산업환경보다는 회사 자체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다 보니 경기변화, 산업변천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게다가 이런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면서도 사업여건이 아직은 여유있다고 착각, 냉정하고 절도있는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애매한 조치들만 실행하면서 회사의 펀더멘털이 망가지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어쩌면 과거의 일들 중 어떤 것들은 누군가를 원망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은 경영자로서 나 자신의 한계이자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사회경험 없이 사업을 처음 해보는 나로서 구조조정이 쉽지 않았다. 구조조정과정의 첫번째 실수는 단순한 인력조정 등 비용요소를 줄이는 것보다 사업의 방향성 재설정과 그에 따른 투입 자원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인원감축이 목적도 아니고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었는데도 이를 화급한 일인 양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물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에 대한 전략이 불명확한 면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니 인원을 줄이기는 것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전략적으로 잘 정리된 뒤 실행하지는 못했었다.

 그보다 더 문제였던 것은 어찌됐든 위기감을 느끼고 실행하는 일이었으면 더 냉정하고 확실하게 실행했어야 하는데, 이를 놓침으로써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됐다는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인원을 줄여서 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실행에 옮기고 나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사업가로서 명확한 정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회사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bdlim@in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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