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케이블TV 업계의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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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년째를 맞는 한국의 유료방송 산업은 1400만을 상회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40%의 시청점유율을 넘나들 정도로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관련 서비스의 다각화와 매체 간 융합을 향해 발빠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케이블TV 10년, 디지털 원년’

 케이블TV방송협회가 올해 초 10주년을 맞아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되새기면서 디지털시대로 대변되는 미래 뉴미디어 방송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기 위해 디지털 방송 전환, 업계 내 공정거래 구현 및 대고객 서비스의 획기적 향상을 목표로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과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지털케이블방송은 이미 선도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도입해 양방향성과 주문형비디오(VOD) 및 전자정부시스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패키지화해 제공한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케이블TV의 디지털화는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디지털케이블방송의 성공은 디지털케이블TV에 걸맞은 차별된 콘텐츠를 확보해야 가능한데 방송콘텐츠의 핵심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의 실상을 보면 갈 길이 멀다.

 케이블TV 도입 초기 뉴미디어의 주력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PP산업은 IMF 외환위기를 맞아 극심한 산업 내 구조조정을 겪었다. 일부 선도적 PP를 제외하고는 사업성과와 경영역량 모두 미흡한 실정이어서 PP업계 내부의 새로운 각오와 방송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 업계의 협력,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우선 PP 스스로 차별된 방송콘텐츠를 확보하고 채널 브랜드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급이 수요의 3배가 넘는 다채널 환경에서 자기 채널만의 뚜렷한 개성을 확보하고 콘텐츠 품질을 경쟁력으로 삼아 정상적으로 마케팅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또 각 장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체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 역량을 갖춰야 한다.

 채널 내 대표 프로그램 육성뿐 아니라 채널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품격을 높이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시청자가 찾는 채널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당당히 프로그램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을 만한 준비 태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수익성 확보는커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저렴하고 질이 낮은 콘텐츠를 대충 포장해 오히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마케팅비를 지급하면서 우선 명맥이나 유지하고 이를 유사 홈쇼핑 상품 판매로 벌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결코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PP가 아닐 것이다.

 또 PP는 이제 방송사업자로서 윤리도 고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방송제작과 편성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심의규정을 일탈한 광고운영 등은 일시적으로는 득일지 모르나, 법규상 제재뿐 아니라 채널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므로 지양해야 한다.

 한편 플랫폼 사업자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우수한 프로그램 확보와 정상적인 채널 마케팅을 하는 PP를 육성하고 뒷받침하는 데 SO를 비롯해 플랫폼사업자가 충분히 변별력을 발휘해 줘야 한다. 저질 콘텐츠와 편법적 거래관행에 의존하는 사업자를 명확히 구분해 시청자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심판해야만 할 것이다.

 케이블방송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신규PP 진출 움직임이 PP업계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통신사업자의 견제가 SO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각각의 사업영역에 부합하는 적절한 규제와 육성방안을 제시해 매체 간 균형발전을 위한 기본정책 방향이 견지돼야 하며 우리 업계도 이를 위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이렇게 민감하고 어려운 시기에 아직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지만 10년을 맞이한 케이블TV사업자 스스로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발상으로 사업추진 태세를 재정립하는 한편, 업계 내부의 고질적 관행을 타파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솔선수범하는 것이 자존(自尊)의 길이다.

◇박원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 esblue@kc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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