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퀴즈 하나. “114는 <네모>도 안내한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정답은 ‘기차 시간’이다. 114는 기차시간도 안내한다. 실은 장날과 지역축제도 안내한다. 114가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수준으로 올라갈 날도 머지않았다.
국민의 비서를 표방하는 114가 일흔 번 째 생일을 맞았다. 70주년을 맞아 114 안내를 담당하는 한국인포서비스(KOIS·대표 박균철) 신설동 사옥은 여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신설동 사옥에만 약 600명이 근무하며 이 중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다. 기자가 찾은 4층의 1부 1과만 보더라도 약 100명이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안내원 한 명당 하루에 약 1000통을 소화한다. KOIS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최윤희(26)씨도 마찬가지. 최 씨는 일은 힘들지만 사소한 전화문의에서도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10시와 12시 사이에 가장 많은 전화를 받습니다. 근무환경이 괜찮아 힘들지는 않습니다. 어린이가 전화를 해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노래를 불러줄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의 특성상 사무실에 풍부한 수분을 함유한 꽃과 분수대도 설치, 적정한 습도를 유지했다. 기계도 최신설비로 교체, 이젠 전화문의 고객이 원하는 곳의 비슷한 이름만 알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때문에 통화 실패율도 크게 떨어졌다.
상담 안내원에 대한 국민 인식도 많이 바뀌어 장난전화도 줄었다. 그러나 가끔 걸려오는 욕설을 담은 전화나 성폭력과 같은 전화는 20대 상담원들을 어렵게 한다.
최 씨는 “직원의 80%가 저와 같은 20∼30대입니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조그만 불만이나 욕설, 음담패설도 쉽게 지나치기가 힘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상담원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루 8∼9시간씩 앉아서 쉼없이 상담하는 직업은 보기만 해도 힘들다. 그러나 보수는 많지 않다. 약 1000명이 비정규직 안내원이다. 힘들기 때문일까 입사 3개월, 6개월 이후 퇴사하는 젊은 상담원들이 많다고 한다. 서비스업 1인당 평균 연봉이 2600만 원이지만 비정규직 상담원의 연봉은 절반 수준인 1300만 원에 불과하다.
경영진의 고민은 절대다수인 ‘비정규직’의 연봉 현실화다. 요즘은 카드사·보험사·홈쇼핑 등에서 경쟁적으로 114 안내원을 데려가기 때문에 직원 이탈은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 십 만 명에 이르는 상담 안내원의 고용 안정은 사회 문제 해결도 연결된다.
이에 대해 양수경 상무(TM사업본부장)는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해마다 50명∼100명씩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솔직히 지하철, 버스, 생필품 모두 가격이 올랐는데 전화요금만 그대로입니다. 안내 전화 한통에 120원인데 크게 올리는 것은 바라지 않고 원가 수준인 180원∼200원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5년 내 거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70년을 살아온 114. 앞으로 70년이 궁금하다. 114 번호안내 서비스는 단순히 번호 안내를 넘어서 ‘생활 안내’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차시간 안내, 장날·지역 축제 안내는 기초적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콜센터에 대해 안내를 넘어 ‘상담’의 수준으로 원하는 만큼 이에 부응한다는 것. 은행 등 금융기관 콜센터가 금융상품 상담까지 한다면 114 안내는 생활 도우미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또 112, 113, 119 외에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정부기관의 특수번호도 114로 통합, 국민과 공공기관이 윈윈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공공기관 콜센터 통합은 114 번호안내 서비스와 별개 문제지만 114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은 변함없다.
양 상무는 “콜센터의 수준은 해당 국가의 서비스업의 수준을 반영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최상의 콜센터 서비스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114 서비스는 국가의 콜센터입니다. 앞으로 114 서비스 수준을 높여 국가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이 15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의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퀴즈 하나. 번호 안내원들이 번호 안내에 실패하면 과금할까, 하지 않을까? 114를 누르고 직접 물어보자. 상담원이 친절하게 알려줄 것 같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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