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인젠 임병동 사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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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은 사업가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사업가로서의 길을 꿈꿔 왔었기에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선택했고, 대학원에서는 경영자로서 필요한 공부들을 했다. 그런 기간 내내 어떤 아이템, 어떤 방식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 고민해 왔었고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실제 창업을 결행하는 타이밍에 상당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래 가진 것 별로 없이 맨손으로 창업한다는 것이 어려운 결심이겠지만 내가 인젠의 창업을 결심한 시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창업결정을 내기리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1997년 말, 바로 IMF사태가 터지고 2개월 정도된 시점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쓰러져갔고 언제쯤 이 어두운 터널이 끝날지 알 수 없었다. 또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막 취득한 시점이었는데, 넉넉지 않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집안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기는커녕 사업하면서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벤처라는 단어는 결코 ‘희망’이 아닌 ‘고생길에 접어든다’는 느낌을 주는 시기였다. 고민은 깊어만 갔지만 그래도 창업을 결심했다. 한 살이라도 젊고 처자식이 없어 그나마 일에 전념할 수 있을 때 해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래도 사업 초기 가장 힘든 것은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 분들의 우려였다. 결국 성과로 증명하기로 마음먹었다. 2000만원 은행대출을 포함한 4000만원 종자돈 삼아 하나씩 실천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한 기술분야에 집중한 엔지니어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기도 하지만, 역으로 한 가지를 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 대학원 기간 동안 많은 탐색과 고민을 했었는데, 마지막에 몇 가지 아이템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벤처캐피털이나 금융콘텐츠 제공사업 같이 나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있었고, 커뮤니티나 게임 같은 분야도 대안이었다. 나는 남들의 예상과 달리 보안을 선택했다. 보안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분야였고, 둘째는 외국기업이나 대기업에 의한 시장지배가 어려운 분야였고, 셋째는 보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금이나 영업은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핵심 기술인력이 함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마침 알고 지내던 KAIST 해킹동아리 멤버 등 나름대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후배들과 3개월 가량의 조사와 연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이미 선두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방화벽과 같은 것이 아닌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하는 침입탐지시스템(IDS)을 선택한 것이 초기 시장진입과 성장에 상당히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막 졸업한 나와 KAIST 박사과정 2명, 학부생 3명으로 인젠은 시작되었고 좋은 분야를 선택한데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창업 6개월 만에 영업적 성과를 낼 조짐이 나타났다. 게다가 아직 영업적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었는데도 TG벤처(지금의 큐캐피탈파트너스)에서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에 5000만원의 저리융자와 40배수로 2억원의 투자를 결정해 줬다.

 콜금리가 30%를 넘는 등 아직 IMF사태의 한가운데 있어 대부분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던 시기에 장래성을 보고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해 주신 진정한 의미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하면서 많은 투자를 받아봤지만 역시 처음받은 투자가 가장 기뻤다.

 그러면서 창업 첫해에 산업은행, 현대증권, BC카드 등 대형고객에게 납품하는 결실을 보게 된다. 영업을 하러 간 내가 접대하기는 커녕 방문때마다 오히려 식사와 술자리까지 마련해 주시면서 격려해 주셨고, 부족한 부분을 알면서도 발전된 제품이 나오도록 조언해 주시고, 구매해 주신 그때 그분들의 고마움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러나 창업 1년도 채 되기 전에, 호사다마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bdlim@in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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