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무선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는 유선 기반 서비스가 시장 형성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했던 것과 달리 시장에 처음 선보인 1999년 이래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런 성장의 배경으로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와 콘텐츠 불법 복제 차단기술 그리고 안정된 결제 및 회수대행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유선인터넷 시장에서 음악 서비스가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음악 판매를 통한 매출이 2004년 약 370억원에 불과한 반면 무선 시장에서는 벨소리나 통화대기음 등을 통해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시장 성장성 외에 무선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와이브로(Wibro), 고속하향패킷접속서비스(HSDPA) 등 신규 플랫폼의 발빠른 도입과 기존 CDMA 네트워크상의 질 높은 콘텐츠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IT 분야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세계 유수 기업의 고위 임직원들이 최고의 인프라를 배우겠다고 속속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또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다른 IT산업과 달리 하드웨어·솔루션·콘텐츠 각 분야에 걸쳐 고른 경쟁력이 있고 원천기술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도 손색이 없다. 70, 80년대에 단지 디바이스에 해당하는 TV 수상기만 팔았다면 지금은 전파와 수상기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지적재산권 및 수출 경쟁력을 갖고 새로운 거대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IT산업 발전의 축이 처음에는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콘텐츠 산업으로 귀결되며 현재 유선 네트워크 및 디바이스가 무선 지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볼 때 무선인터넷 콘텐츠와 솔루션의 경쟁력은 장기적인 IT산업 지배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가능성과 수년간의 국내 시장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해외 수출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는 국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내수 시장의 한계와 이에 따른 무선인터넷 기업들의 체력 한계와 맞닿아 있다.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비싼 통신료와 가입자 포화로 인해 정보이용료 매출은 정체되고 업체들 간 출혈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업체들의 신규 서비스 개발과 해외 사업 투자 의지가 저하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생각할 때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 비해 다른 지역 국가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이제 초창기다. 때문에 우리가 앞선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신규 시장 정착에 필요한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자본이 부족해 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후발 주자들이 이러한 기회를 틈타 격차를 좁힌다면 우리 무선인터넷 업계는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문화강국 2010의 비전을 가진 정부가 무선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 및 환경 지원에 더욱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또 내수 시장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 의지를 보여주길 기원한다.
물론 무선인터넷 업계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해외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도전 그리고 발전적인 합종연횡을 통한 체력 확보 등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fuzz@direct-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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