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IT강국, 인터넷강국, 게임산업강국이라고 한다. 물적 자원이 빈약한 대신 고급 인적 자원이 풍부한 우리의 산업 상황은 자연스럽게 기술집약적이면서도 원재료가 거의 필요 없는 IT분야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젓가락 문화로 대표되는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성이 더해지면서 이 분야에서 현재와 같은 괄목한 만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IT산업의 핵심 분야인 소프트웨어는 그간의 노력에 비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몇몇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회사가 한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은 여전히 쉽지 않다. 또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정보 시스템은 외산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응용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대부분 외산이다. 진정한 IT강국이라고 하기에는 좀 꺼림칙한 대목이다.
다행히 참여정부 출범이래 소프트웨어 주권 확보에 대한 정부와 민간업체들의 노력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특히 리눅스로 대표되는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의 개발과 확산 활동이 두드러졌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정보화시스템(일명 NEIS)은 리눅스 프로젝트로서 세계적인 대형 사례로 손꼽히고 있으며, 향후 진행될 대부분의 행정정보화 사업에 리눅스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창당 초기 정보시스템을 NT 기반으로 만들었다. 워낙 급박한 창당일정과 총선 등으로 정교한 정보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할 틈이 없었으므로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택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운용하면서 과도한 리소스 유지비용과 서버 유지보수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올해 초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정교한 정보시스템에 대한 비교평가를 통하여 NT를 버리고 리눅스를 채택했다.
리눅스 운용체계는 공개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서 그 성능이 탁월했다. 안정성과 보안성 측면에서 타 운용체계와 다른 뚜렷한 강점을 가졌으며, 풍부한 인터넷 인프라와 고기능의 웹 환경을 요구하는 우리당의 컴퓨팅 환경에 가장 적합한 운용체계다.
한편으로는 웹 환경을 완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 웹 사이트들은 사용자의 주된 데스크톱PC 환경이 윈도이므로 이 환경에 맞춰 구축되다 보니 세계 표준인 W3C 권고안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액티브X나 플래시 등 윈도에서만 지원하는 특이한 기능들이 세계 표준 권고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를 창출해 냈지만 이 또한 리눅스의 지원을 받기 힘든 부분이다. 정확히 말해서 리눅스가 지원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용자의 데스크톱PC 환경은 윈도가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고, 이런 윈도 사용자들을 위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로 매킨토시를 데스크톱PC로 사용하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런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 이는 응용프로그램 분야에서도 국내 리눅스 성장의 한계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정보통신부의 산하기관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리눅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체 업무 영역에서 운용체계 부문에만(그것도 서버 운용체계)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본격적인 리눅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눅스 응용프로그램의 개발, 작지만 필수적인 기능들의 보완 노력 등이 민간 업체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업체 스스로 기술력을 쌓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아시아눅스’라는 한·중·일 민간 업체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하는 리눅스 운용체계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주도가 아니라 지원이 맞다. 업체가 잘하는 부분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부족한 기술에 대한 보완을 돕는 노력이 뒤따를 때 우리는 자주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리눅스 강국, 나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종범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실 부국장 ism9936@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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