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에서의 독점(獨占)은 특정 자본이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독점은 특정 자본이 이미 어느 한 시장(산업)을 선점하고 있는 데다 이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본과 기술·인적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까다롭다.
이런 독점의 예를 설명할 때 록펠러가 등장하곤 한다. 록펠러는 지난 1863년 먼저 작은 정유소로 출발했다. 이후 석유를 수송하는 철도와 파이프라인을 장악했다. 석유를 운반하는 나무통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삼림도 확보했다. 정유용 화학물질을 만드는 공장도 세웠다. 그는 결국 미국 정유능력의 75%, 파이프라인의 90%를 독점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주 매스컴의 앞 머리를 장식한다. 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굳힌 대표기업인 탓이다. MS는 운용체계(OS)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OS를 구입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도 MS의 OS 계열이다. 익스플로러·오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끼워 팔고 있다. 독점 횡포 방지를 위한 법 절차가 진행중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MS가 마침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할 말을 했다.
MS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끼워 팔기’ 사건을 조사한 데 대해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좀더 정확히는 ‘공정위가 한국 시장에 맞춘 윈도 재설계를 요구해올 경우 사업을 철수하거나 새 제품 출시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 형식을 취한 것이기는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진 MS는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마디로 협박에 가깝다. 한국의 공정위가 섣부른 판결을 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와 다름없다. 하지만 타깃이 하필 ‘조그마한’ 한국이라는 나라다. 공정위가 유럽연합과 유사한 판결을 내릴 것을 우려한 듯하다. 다른 나라를 위한 ‘사전 손 보기’ 차원인 듯도 하다.
그런데 온갖 독점 횡포를 부리다가 결국 셔먼법에 의해 엑슨·모빌·아모코·세브론 등으로 분할된 록펠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경우는 다르지만 차선의 여지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거나, 결국은 그 때문에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점은 공통적일 것 같다.
IT산업부·박승정 차장@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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