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책수출 네트워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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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이동통신 휴대폰 보급률 1위 등 우리나라의 정보통신환경의 세계적 우위는 이제 더는 뉴스로서 가치가 없을 정도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는 90년대 이후 우리 기업과 정부가 함께 이루어낸 국내 IT부문의 터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비해 턱없급성장에 따른 결과물이다.

 북유럽과 일본 등 정보통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됨은 물론이고 오히려 휴대폰 등 일부 품목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IT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이 열매를 맺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개발시대를 뚫고 나왔던 과거 한국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속앓이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의 탄탄한 정보통신 기반을 토대로 한 전자정부 정책수출이 활로를 찾고 있다는 소식은 남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내수 침체로 고전중인 기업들의 숨통을 이 저평가됐던 정부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수출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다. 전자정부 정책수출 프로젝트는 지난 2002년 3건 성사된 이후 올해에는 7건으로 외형도 1억5000만달러를 웃돌고 있다.

 몽골의 전자주민사업, 우즈베키스탄의 우정현대화사업, 콜롬비아 인터넷 정보화사업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개발도상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정책수출 기조 속에서 LG CNS·KT·SK C&C·삼성SDS·포스데이타 등 국내 유수의 SI업체들이 후광 효과를 얻으며 유무형의 과실을 지원받고 있다.

 이 중 이미 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본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의 베트남과 파키스탄에 대한 정책수출은 파급효과가 크다. 전자조달시스템은 그동안 의혹의 대상이었던 공공조달부분의 입찰·계약·납품검사·대금지급 등 전 입찰과정을 유리알처럼 볼 수 있도록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모든 조달과정의 전자화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올해는 국제연합으로부터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OECD는 ‘더는 개선이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전자조달시스템을 공인했다.

 국제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전자조달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꼴로 외국방문단이 조달청을 찾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비롯, 세계국제기구들이 전자조달시스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시스템 자체의 효율성을 뛰어넘어 낙후된 개발도상국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전판 역할 때문이다.

 전자정부의 정책수출이 나름대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자금 지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남미를 포함한 아시아권의 개발도상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들 스스로 자금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정책수출의 좋은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전자정부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차관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금융 및 개발기구와의 사전 네트워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의 투명성을 지원하려는 국제금융기구와 전자정부 정책수출은 서로 명분과 실리에서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EU·일본 등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자금과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등 세계개발기구를 매개로 한 정책수출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을 방문, 국제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전자조달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리는 정책설명회를 열어 상호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전자조달시스템이 국제개발기구들과 견고한 협력의 틀 속에서 전자정부의 세계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진동수 조달청장 dchin@pp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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