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전염병이 창궐하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불법복제 문제도 두고볼 때는 지났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대토론회’에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근래 보기 드문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그동안 분야별로 혹은 개별 사안별 토론회는 있었지만 행정기관인 문화관광부와 입법기관인 국회, 민간조직인 문화산업포럼이 공동으로 준비한 불법복제 관련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 업계 종사자들은 불법복제를 강하게 규탄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도 묻어났다. 특히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불법복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알지만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공짜가 널려 있는데 바닥에 줄만 그어 놓고 넘어가지 말라고 하면 누가 지키겠느냐. 정부가 낮은 벽 하나라도 세워야 한다”며 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사실 이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보편타당한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나 국회가 나서기는 쉽지 않다. 올해 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마련한 저작권법 개정 초안도 수많은 반발에 부딪힌 결과 강력한 저작권 보호조항이 대부분 삭제된 바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생산한 사람들은 가난에 허덕이는데 몇몇 인터넷 업체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리는 공간을 제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네티즌에게 돌리는 현실은 결코 보편타당하지 않다.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적절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가 결국엔 질 높은 콘텐츠의 재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권익도 보호할 것이라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많은 입법 제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고, 정동채 문화부 장관도 “불법복제 문제는 저작권 인식 부족도 있지만 법적·제도적으로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니 이번 토론회에서 다양한 방안이 취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말 그대로 ‘인사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결과로 도출되길 바란다.
디지털문화부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