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셋톱박스 전문회사인 홈캐스트(대표 신욱순 http://www.homecast.net)가 지난 한 해 출하한 셋톱박스는 총 180만대. 단일 업체 출고 물량으로 열세 번째 많다. 올해는 24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1000만가구 기준)로 치자면 4가구당 한 가구는 홈캐스트 셋톱박스를 사용하는 셈이다.
홈캐스트는 휴맥스에 이어 국내 셋톱박스 업계 2위권을 달리는 선두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229억원. 올해는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155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저력을 가진 홈캐스트의 생산시설은 어떨까. 셋톱박스의 경쟁력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나온다지만, 하드웨어 제조 기술도 무시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하드웨어 제조 기술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잠실을 출발한 지 1시간. 여주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홈캐스트 생산공장을 가리키는 푯말이 보인다. 3.5㎞ 남짓 갔을까. 컨테이너 차량들로 공장이 빼곡하다. 이날 하루만 외국으로 나갈 컨테이너가 9대. 연말을 앞두고 수출물량이 늘고 있는 데다, 마침 부품 조달차량까지 들어오면서 여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맞고 있었다.
홈캐스트 공장은 1층의 SMT실과 자삽실, 2층 조립실로 구분된다. 셋톱박스의 첫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SMT실. 셋톱박스에 장착되는 메인보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칩, IC부품, 리플로 3단계로 나뉘어 총 4라인이 가동된다. 라인당 2500개씩, 하루 1만개가 생산된다. 여기서 생산된 메인보드는 불량검사를 거쳐 자삽실로 이동된다. 자삽은 보드 아래에서 위로 부품을 꽂는 것으로, 이후 수삽공정까지 마치면 SMT상의 모든 공정은 끝나는 셈이다.
보드는 2층으로 운반돼 기능공정으로 넘어간다. 100여대에 달하는 지그(Jig) 장비에서 AV, USB 등 기본 기능에 대해 검사를 하는 것. 이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불량검사가 조립상태에서 정확한 보드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면, 기능공정은 말 그대로 각 기능에 대한 검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지막이 조립공정 단계다. A, B, C라인이 가동중으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조립공정은 케이스 안에 보드와 전원 케이블 등을 장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5개 항목(LMB전압검사, VCR 스타트 출력검사, RCA 출력검사, RF 출력검사, VCR/TV로 내보내는 출력검사)으로 나눠 검사를 한다. 이상이 없으면 포장단계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4시간씩 40℃ 이상 고온에서 에이징 테스트를 하며 원자재 불량을 가려내는 한편, 출하검사실에서는 라인별 샘플링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팰릿에 실려 1층 창고로 옮겨지면 모든 과정이 끝이다.
이렇게 해서 생산되는 셋톱박스가 월 20만대씩, 연 240만대. 전 공정 불량률 1% 미만에 가동률 97%를 자랑한다.
제조업무를 총괄하는 이보선 상무는 “전 공정 불량률이 1% 미만인 기업은 드물다”며 “내년에 SMT실과 자삽실이 별도 분리돼 창고부지가 넓어지면 생산성이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돌아오는 차 속. 홈캐스트의 미래가 한국 셋톱박스 산업의 미래를 대변하는 것 같아 저 풍성한 논자락만큼이나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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