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휴대폰 산업 바로보기

 #이야기 하나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일본이 헤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은 휴대폰을 이루는 핵심 기술을 다 가진 유일한 나라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기술이 그렇고, 기타 핵심 반도체 부품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형화 및 디자인 기술도 어느 나라보다 한 수 위다. 여기에 1억명 이상의 구매력까지 보유했다.

 그런데도 일본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못 낸다. 자국을 제외하고는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그 자리엔 아무런 자원도 없는 노키아가 있다. 일본이 독자 표준을 고집하며 제자리 걸음을 할 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노키아가 세계 표준을 주도하며 싼 가격에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휴대폰과 같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힘은 결코 기술만이 아니다. 고객(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지금의 시장은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기술 그리고 차세대 기술이 공존한다. 기술 차이는 이제 거의 없다. 고객이 원하는 취향에 맞게 누가 가장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일본은 거기에서 졌다.

#이야기 둘

 새삼 휴대폰의 국산화율이 도마에 오른다.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데 이어 시민단체에서도 떠든다. 국산화율이 떨어지므로 휴대폰을 많이 사면 국부 유출이 그만큼 크다는 논리다.

 국산화는 우리같이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선 언제나 통하는 지선(至善)이다. 국산화하자는 데 잘못됐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 토를 달면 국산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되고, 이는 곧 매국노가 되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게 단선적인 사고가 갖고 있는 힘이다.

 우리가 한 해 생산하는 휴대폰은 1억8000만대 수준이다. 대부분 세계 시장에 내다 판다. 내수 비중은 10%도 채 안 된다. 대표적인 수출 상품인데 국부 유출을 운운 하는 것은 한심한 수준의 아이러니다.

 국산화율에 대한 인식도 달리 생각해 볼 대목이 많다. 현재 휴대폰 국산화율은 80%를 웃돈다. 100% 국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역시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 핵심 베이스밴드칩을 제외하고 거의 국산이다. 특히 원가 비중이 높은 LCD모듈이나 회로기판은 다 우리 것이다.

 베이스밴드칩도 우리 반도체 기술이면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중요한 건 국산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훨씬 큰 밸류체인을 가져올 수 있느냐의 문제다.

 칩을 들여와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휴대폰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면 당연히 이를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우리나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칩 업체들을 핸들링할 만한 바잉 파워까지 갖춘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선 혼자 다 하겠다는 욕심은 미련한 짓이다. 또 가능하지도 않다. 세계 유력 경쟁업체들이 이를 용납하지도 않는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할 이유는 없다.

 삼성전자가 올해 드디어 1억대의 휴대폰을 판다. 분명 쾌거다. 반도체 이후 이렇다 할 간판상품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은 정말 효자 상품이다. 국부의 보고다. 애써 쌓아 놓은 국부가 국산화율을 앞세운 ’국부 유출론’에 훼손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정작 세계에서는 다 부러워하는 것을 산업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객관적 타당성마저 결여된 논리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