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지난달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사업 개시를 알렸던 파워콤이 지난주 말부터 슬쩍 광고를 내렸다. 통신위원회로부터 ‘가입자 모집 중지’라는 고강도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갓 사업을 시작한 파워콤으로선 과징금 부과보다 ‘가입자 모집 중지’가 타격이 더 컸을 것이다. 시정명령 기간과 상관없이 올해 목표로 했던 가입자수 달성은 일단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파워콤이 가입자를 얼마나 모을 것이냐는 이용자의 관심거리는 아니다. 독자사업자식별(AS)번호 미비로 인한 상호접속 위반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않는다. 사업자 이슈다. 이용자들은 단지 새로 사업을 시작한 파워콤의 차별된 서비스를 기대했을 뿐이다.
그러나 파워콤이 TV·신문·잡지·전광판 광고를 통해 차별화된 속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시도와 반대로 통신위에 상호접속 위반이 적발되자 신속하게 사건을 유야무야 덮느라 바빴다. 기자가 통신위 발표 전에 사전 취재를 시도하자 위반 내용과 대응책과 관련한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기보다는 “문제없을 것이다. 다른 회사도 같은 문제가 있다”며 회피했다.
통신위가 AS 번호 구축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워콤은 “신규 가입자 모집에 차질이 없다”고 버티다가 사건이 커지자 “모회사인 데이콤도 함께 나서 AS 번호를 최대한 빨리 구축해 가입자 모집 중지 기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방향을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파워콤은 ‘통신위 결정 관련 파워콤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반박성 보도자료 외에는 어떤 공식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가입자 모집 정지 및 시정 명령 등 정부 규제당국의 공식적인 조치와 관련, 이용자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기존 가입자는 어떻게 되는지, 신규로 가입하려는 이용자는 향후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투자자를 위해) 사업계획상 변화는 없는지에 대한 발표도 없었다.
의욕적인 출발과 일시적 좌절은 분명 파워콤의 몫이지만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문제가 생기면 적극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대기업의 모습 아닐까.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