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부자면 국가는 가난해도 좋은가. 지구 상의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국가가 가지고 있는 부와 국민이 즐기고 있는 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흔히들 일본은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고, 우리나라는 반대로 국민은 부자인데 국가는 가난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공용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 없는 목초지에서 무차별적인 나무베기로 삼림은 황폐화돼 가고 생태계의 먹이사슬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피해가 발생하는 비극을 말한다. 멀리 아프리카 지방의 사막화나 가까이 우리 주변에 관리되지 않고 있는 빈 공터의 피폐화가 좋은 예다.
이것은 시장경제 체제의 결함이나 허점이라 할 수 있는 부(負)의 ‘외부성(externalities)’ 효과다. 시장에서 거래당사자들은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가격을 가장 중요한 신호로서 매매계약을 한다. 이것이 자발적 교환 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다.
이런 계약은 당사자 양방을 구속할 뿐 파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계약의 결과가 계약당사자 이외의 외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계약당사자 이외의 외부에 대해 해당거래가 영향을 미칠 때 외부성이 있다고 한다.
외부성의 전형적인 예는 공해다. 공해의 원인을 만드는 제조업자와 그 제품을 사는 사람의 계약에 있어 공해는 예기치 않고 더구나 가격 안에 그 비용은 계산돼 있지 않다. 그러나 거래계약의 결과는 공장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소음·대기오염·수질오염 등의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난다. 소음의 영향에 대해서는 해당거래에 계산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조업자도 공해의 야기를 전제로 의사를 결정해 생산을 개시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흔히 시장의 원리와 외부성이 대립함에 따라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주인없는 공용지의 비극처럼 만일 국가도 국민으로부터 관리되지 않고 방임된다면 점차 부의 외부성효과로 국민들의 안녕과 행복은 악화되고 국민의 생활환경은 황폐해져 갈 것이다.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의지만 강조한다면 외부성으로 인해 황폐해져 가는 국가의 인프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 및 환경문제가 그 단적인 예다.
지금처럼 국민은 부자지만 국가는 가난한 후진국형으론 환경이나 교육의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목초지에 주인이 있어 나무베기에 일정한 요금을 내게 한다면 공용지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외부성의 문제를 풀어가려면 외부성을 만들어가는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 환경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세부담률이 상향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영국은 30%, 프랑스는 28%를 넘고 있다. 특히 소득세율은 9∼36%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데다 경쟁국인 중국의 5∼45%, 대만의 16∼40%보다도 낮은 편이다. 이렇게 가난한 국가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도 경쟁국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세계의 일본·미국·독일 등이 미래자동차인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서 수조원의 예산을 결의하는 동안 한국은 아직 친환경차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가 돼 가고 있다. 중국 정부보다 지원이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넘어선 이제, 가난한 나라의 부자국민이 되기를 고집하기보다 부자나라의 부자국민이 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kckim@catholic.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