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방경제와 남북한 통신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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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북핵 합의’로 인해 북·미 간 후속 이행조치와 향후 핵 폐기에 따른 각국의 에너지 지원 등 대북 보상과 경제협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이후 35개월간이나 지지부진하던 북핵의 기본 구조가 합의됨에 따라 각국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북핵 해결에 맞춰 북방경제를 강조했다. 북방경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소련 및 동구권과의 수교를 위해 추진한 외교정책인 북방정책을 연상시키는 등 ‘북방(Northern part of Korean Peninsula)’의 범위와 개념이 모호한 측면이 있는 용어이기는 하나 21세기 미래를 겨냥한 새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정부는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북방경제란 한반도 이북에 위치한 북한의 경제회복을 비롯해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 중국 동북 3성을 남북 제품 판매 시장과 원료조달 지역으로 활용해 남북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개발전략이라는 것이 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방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와 물류운송 및 통신인프라 등 장기적으로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사회기반 시설을 세워야 한다는 ‘포괄적 계획’을 제시했다. 이로써 3대 사업의 대북투자 및 협력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것을 암시했다. 이후 NSC 및 통일부 등 각 부처에서는 실무 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이 북한경제 재건의 주요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신 부문의 사업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1단계로 주요 경협 거점을 중심으로 남북 통신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예를 들어 개성→평양→신의주, 금강산→남포, 원산, 신의주→나진·선봉 등의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다음은 평양 및 개성 등 주요 도시의 유·무선 통신망 구축사업이다. 셋째는 인터넷 등 남북 간 정보화 분야 협력 사업이다.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IT 표준화 및 협력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마지막은 남북 통신제도 통합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통신망 구축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스탈린 시대의 사례와 같이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통신을 국가의 확고한 통제 아래 두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사회주의 정권들은 통신을 서비스의 개념보다는 주민 동태를 감시하는 통치 네트워크로 여겨 여타 사회간접자본 구비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북한은 1967년에 벌써 면(面) 단위까지 전화보급이 완성되는 등 남한보다 통신 인프라 구축이 조기에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지역에서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이 적시에 남측의 의도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전기, 용수 및 도로 등 개성공단에 설치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중에서 가장 협상이 어려운 분야가 통신인 것도 북한 당국의 통신 장악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모든 통신이 개성시내 통신 타워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신주권’을 남한에 강력하게 주장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통신서비스가 북한 지역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향후 북한은 기본적인 유선전화 이외에 광통신, 컴퓨터 e메일 및 휴대폰 사업까지 통신자유화에 따른 체제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주목해 엄격한 규제를 가할 것이다. 따라서 3대 사업 중에서 통신은 에너지 및 물류이동보다 후순위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에너지나 물류이동처럼 유형의 사업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무형의 통신사업은 기술적으로 남한에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해 남한에 점령당할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그날이야말로 진정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가능해지는만큼 남북 통신협력 협상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북한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혀 있지만 추진될 경우 열매는 매우 크다. 통신과 IT산업의 협력 여부는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상생(win-win)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namsu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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