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는 경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번호이동이 전면 실시된 이후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선후발 사업자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8월까지의 이동통신시장을 보면 SK텔레콤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순증시장에서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기간에 LG텔레콤은 비록 전체 가입자는 증가했으나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는 오히려 순감을 기록했다. 이는 유효경쟁정책에 힘입어 이동전화시장에서 후발사업자의 경영환경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이동통신시장의 고질병인 쏠림현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도무지 치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쏠림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동통신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이동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가 아닌 선발사업자를 위한 정책, 즉 역비대칭규제에 있다고 진단한다.
살을 베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곪은 부위는 예리한 칼로 도려내야 상처가 아물듯이, 이제 진정한 통신시장의 경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더 곪기 전에 고질병의 원인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다. 집도는 지배적 사업자의 800MHz 주파수 독점,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역차별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역차별 중 하나는 800MHz 주파수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800MHz 주파수 독점은 99년 12월 동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우량 주파수의 독점은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되고 경쟁제한적인 시장쏠림 현상으로 치닫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SK텔레콤은 기름진 옥토(800MHz)를 물려받아 농사를 짓는 것이라면 후발사업자는 척박한 사토(1.8GHz)를 일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후발사업자는 선발사업자보다도 많은 퇴비와 비료를 뿌렸지만, 척박한 사토에서 좋은 상품이 나올 수 없듯이 후발사업자의 노력에 비해 양질의 통화품질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토에 사용하지 않는 부분의 기름진 옥토를 섞어 사토를 어느 정도나마 비옥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800MHz 주파수의 로밍이다. 산간이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800MHz 주파수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PCS의 1.8GHz와 로밍을 한다면 주파수의 역차별이 부분적으로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단말기 보조금이다. 국가자본으로 설립된 한국이동통신에서 출발한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당시, 이미 4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고 97년 말 누적 이익금이 8160억원에 이르는 등 장기적인 시장 독점을 통한 초과이윤을 누려왔다. 가입자 규모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악용해 시장 과열을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사업자가 똑같이 맞대응을 할 경우 후발사업자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빈약한 자금력을 가지고 마케팅에 치중하다 보면 네트워크의 신규 및 유지보수, 차세대 통신서비스 등의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법안을 연장하는 것이 요금인하 등 소비자 편익 증대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대안이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후발사업자의 입지가 나아진 것은 서두에서 밝혔듯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후발사업자만을 위한 유효경쟁정책만을 계속 요구하기는 힘든 시점이다. 그러나 후발사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선발사업자를 위한 정책, 역비대칭규제는 더더욱 정당하지 않다.
따라서 역차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800MHz 주파수 독점, 단말기 보조금 허용 등은 도려내야 할 대상이다. 후발사업자의 성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시장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역비대칭규제를 바로잡을 때 공정한 경쟁의 꽃이 피는 이동통신시장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 남용 LG텔레콤 사장 ynam@lg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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