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떤 선서

김유경

 지난 2일 제주에서 국내 17개 원격대학(사이버대학)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집중 실태 조사로 설립 4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이들 대학이 올바른 학사 운영을 다짐하는 ‘윤리강령’을 제정, 선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총장들은 이날 예정된 선포식을 치르지 못하고 행사 자체를 다음날로 연기해야 했다. 윤리강령 문구를 놓고 대학 간 이견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제정 취지문에 포함된 ‘원격대학 특성화’와 ‘콘텐츠 공동개발’ 방안에 대해 몇몇 대학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은 비현실적 조항”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다른 대학들이 “무리없는 내용이므로 원안대로 가자”며 맞섰다.

 좀처럼 공방이 끝나지 않자 언론계 베테랑 출신의 모 대학 총장에게 비문 수정을 요청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강령뿐 아니라 분야별 특별위원회 신설이나 고등교육법 등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4시간에 가까운 격론 끝에 선포식은 다음날 오전에 거행키로 했고 정기총회의 다수 안건에 대한 합의가 추후로 유보됐다.

 원격대학이 부실한 학사 운영으로 안팎에서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강령 문구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총장들은 장시간 계속된 논쟁 속에서 원격대학의 환부가 어디인지 재차 확인했다. 기반이 탄탄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근본적인 갈등 요소도 부각됐다.

 교육부의 실태 조사로 원격대학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상처가 곪아 터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행사에 참여한 총장들은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총장들은 다음날 윤리강령 선포식에 비장하기까지 한 얼굴로 참여했다. 이날의 선서가 대내외적인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어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말그대로 원격대학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주=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