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퀄컴-플라리온 합병을 보면서

하나로텔레콤의 사업권 반납에 이어 며칠 전 휴대인터넷 관련자들로서는 유의해서 지켜봐야 할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하나로텔레콤의 사업권 반납도 그냥 단순히 볼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회사가 수년간 추진하여 어렵게 획득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주주인 외국 투자자들이 사업 타당성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건은 관련 분야에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시피 기술적으로 가장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고 하는 플라리온을 퀄컴이 약 6000억원에 2000억원의 추가 성과금을 약속하면서 인수한 것이다.

 규모 면에서도 최근 IT 경제 상황을 보면 작은 것이 아니지만 그보다는 내막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간 국제 표준 회의에서 국내 관련기업, 연구소, 학자들과 함께 플라리온이 앞서 나가는 것을 저지해온 그룹의 정점에 퀄컴이 있어왔다는 점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퀄컴이 플라리온을 인수한 것이다.

 기술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플라리온 투자자들로서는 상장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적의 출구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으며, 퀄컴은 통신기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벌써 세계적인 애널리스트들은 퀄컴이 향후 4G까지 이동통신기술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와이맥스(WiMAX) 추진 그룹이 플라리온을 합병한 퀄컴에 지적재산권을 포함하여 기술적·사업적으로 대항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퀄컴으로서는 솔개가 하늘에서 병아리를 노려보듯 그동안 전략적으로 지켜보면서 시점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내부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예상되는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었다.

 국내에 플라리온을 소개하면서 독자적 기술 개발도 좋지만 자본 투자를 포함하여 기술 협력을 통해 플라리온 같은 미래 가능성 있는 기업에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도 같이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은 우리나라가 CDMA의 경우와 같이 많은 경로를 통해 러브콜을 받은 상황에서 CDMA의 전철에 대한 노이로제적 거부감과 자체 기술개발의 자신감 때문에 거부한 결과가 되었으며, 추후에라도 전략적 판단의 결과를 지켜볼 대목이다.

 하여튼 지금이라도 몇 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휴대 인터넷이 우리가 개발하고 우리끼리만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세계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세계 이동통신 기술 지형의 변화를 점검해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플라리온이 벤처기업으로서 악전고투해 가며 새로운 기술로써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할 때보다는 퀄컴의 시장 지배력과 플라리온의 OFDM 기술력이 결합된 파고는 예상보다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킬 벽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를 당부하고 싶다. 벤처회사의 법적 대응력과는 한 차원 다른 제어가 있을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미 ‘퀄컴+플라리온’의 결합으로 그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연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술 개발력과 더불어 법적 대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셋째, 휴대인터넷의 경쟁력을 포함해 서비스의 범위·투자규모·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고민을 상황 변화에 따라 더욱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퀄컴 같은 회사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부족해 100명 규모의 회사가 개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그 많은 대가를 주고 인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시간적·경제적·법적 시장 접근 전략에 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홍진 식스윈드 아시아 지역 부사장(전 플라리온 아태지역 대표)hjkim@six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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