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피그말리온 효과

‘을사늑약 100년, 광복 60년.’

 서울 광화문 거리를 비롯해 한반도 전역에서 치러진 민족대축전을 보면서 격세지감이 든다.

 선진문물을 숨가쁘게 받아들이고 배를 곯지 않기 위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있으며, 특히 IT 및 인터넷 분야에서는 세계 열강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고 헤쳐나가야 할 현안이 즐비하다. 국가 비전을 위해 화합하고 역사 앞에 진실되게 서는 선진정치 실현이 그 하나고, 노력과 땀의 정당한 대가와 부의 적정한 분배를 보장하는 경제질서 확립이 또 다른 과제다.

 이 외에도 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 모두 우리 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다양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성급히 실망하고 소망 자체를 버리는 것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얼마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존속 살인 사건, 경남 마산과 거제에서 발생한 동반 자살 사건 등은 소망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 시점에서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고대 키프로스에 피그말리온이라는 한 조각가가 살았다. 그는 세상의 여자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고 어떤 여자와도 사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을 조각하기로 마음 먹고 오랜 시간을 들여 드디어 조각상을 완성했다.

 그런데 그는 그만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조각상을 바라보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 신전을 찾아가 자신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는 정말 터무니없는 소원이었다.

 그렇게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조각상을 꼭 끌어안았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차디찬 조각상이 따뜻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는 너무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는데 점차 따스한 기운이 조각상 전체에 스며들더니 잠시 후에는 심장 고동까지 그의 가슴에 느껴졌다. 결국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이었던 그 여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진정으로 바라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영상의 실체를 구현해 봄으로써 비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일화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탄하며 소망을 버리기보다 꿈을 향한 작은 몸짓이 꿈을 실현하는 첩경임을 깨닫게 된다.

 피그말리온의 상황에 비해 우리 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희망과 비전이 있다. 그 희망은 8·15광복에서부터 IMF 외환위기 극복에 이르기까지 이미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사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심리학 용어로, 칭찬할수록 더욱 잘해 보고자 하는 동기가 유발된다는 말이다.

 IT 분야에서도 희망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다른 분야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60년 후에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룰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IT·BT·NT 등의 융합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면 남북 통일과 성숙한 사회 분위기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작지만 강한 세계 선도국가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song@ni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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