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옛말이 있다. 국가 간 통상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 간의 교역은 일방적으로 한쪽만 이익을 보는 경우는 없고 교역 당사자들의 이익을 모두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지역화·블록화되면서 다자 간 무역자유화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최근 주요 교역 상대국과 활발한 통상협상을 벌이며 투자활성화 및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다 하겠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올해와 내년이 통상협상에서 중요한 시점이 된다. WTO 차원에서는 12월 홍콩 각료회의를 통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결과 수확을 목표로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칠레와 싱가포르에 이어 올해 ASEAN, EFTA와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캐나다 등 거대 경제권과의 협정도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IT산업의 관점에서 FTA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시장 선점이 중요한 IT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교역 확대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레와의 FTA 체결로 휴대폰 수출이 250%나 늘어난 것이 좋은 예다. 국산 휴대폰의 성공적인 세계 진출을 미리 간파했더라면 퀄컴과 더욱 만족스러운 협약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IT 분야 통상협상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위치는 중요하다. 세계 IT 시장에서 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이르며 우리의 통신서비스 개방 정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만큼 우리는 다른 나라의 개방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상협상 목표를 설정하고 타국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통상협상 과정에서 산업중진국 위치를 활용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극단적인 대립을 절충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도국인 중국과 선진국인 일본과의 FTA 체결 과정에서 동북아 중심국가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IT 분야 통상협상력은 미국을 위시한 무역강국의 압력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그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다. 아니, 기술표준 등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는 그동안 IT 통상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극히 미약했고 통상전략을 수립할 전문가 양성제도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IT를 통해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선진 IT 통상국가로 재출발해야 한다. 수출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맞다면 이제부터라도 IT기술과 시장을 이해하면서 협상과 통상법을 이해하는 전문가 양성은 물론이고, 관련 연구와 지식베이스를 축적할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을 강화하여 통상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세계 시장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국제통상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질 수 있는 IT 통상강국형 국가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서 통상은 곧 돈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는 돈은 많고 가는 돈은 적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나누며 함께 잘살자는 것이다. 우리 모두 지구촌 IT 마인드로 미래에 대비하자.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ohnhlee@kis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