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작법인 계약식 해프닝

최정훈

 LG전자와 노텔네트웍스 간 한국 내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식에 내외신 기자가 모여들었다. 세계 수위권에 있는 통신장비업체가 손잡은 것 자체가 빅뉴스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MOU를 교환한 이후 7개월간 본계약이 지연되며 갖가지 설이 난무했던 터라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마침내 본계약 약속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됐지만 주인공인 양사 임원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1시간이 지나도록 행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잔칫집에 주인은 없고 객들만 북적이는 꼴이 1시간 이상 지속됐다. 이쯤 되자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선 협상이 결렬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예정보다 1시간 15분이나 경과된 오전 10시 45분에야 양사 임원들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주최 측은 양사 간 협의가 덜 된 부분이 있어 이를 조율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자본금 3000억원짜리 회사를 새로 설립하기로 한 세계 굴지의 두 기업이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1시간 가량 지체시킬 만큼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납득이 안 간다.

 노텔이 본계약 지연에 대비해 사전에 호텔 행사장을 사흘간 확보해 놨던 점이나 LG전자가 행사 하루 전까지도 본계약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 물론 그만큼 양사 협력 구도에 변수가 있고 확인해야 할 사안이 많았기 때문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본계약 시간을 잡아 놓고 이를 스스로 어긴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본계약은 성사됐다. 행사 참석자 모두 황당한 경험을 했지만 행사는 박수로 끝이 났다.

 지연사건은 두 기업이 더 좋은 신설법인을 만들기 위한 산통(産痛)으로 이해하고 싶다. 두 달 후 출범할 합작법인이 해외 곳곳에서 순항해 오늘의 해프닝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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