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한국은 형제의 나라입니다.”
저개발국 교육 정보화 지원을 위해 몽골을 찾은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한국 e러닝 기업 관계자들이 방문 기간 내내 몽골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것도 한국이 ‘아우’가 아니라 ‘형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칭키즈칸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남다르고 남한의 14배에 해당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그들이 한국을 주저없이 ‘형님’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보화 선진국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한국이 몽골에 중고 PC 2000대를 공급한 것이다. 인구가 250만명에 불과한 몽골에서 2000대라는 수치는 ‘획기적 사건’을 넘어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표현이다. 국민의 0.1%에 가까운 이들에게 PC를 보급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방문단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극진한 국빈 대접을 받았다. 몽골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을 위시한 고위 실무자들과 국회 교육문화과학위원장, 몽골 국립대 총장 등이 일정 내내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 2000대가 몽골 정부에 가져다 준 감동과 흥분은 그만큼 작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지난 3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몽골 대학과 어렵사리 산·학협력의 결실을 내기 시작한 국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추진한 교육정보화 사업이 껍데기만 남은 경험이 있는 몽골인지라 PC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저개발국 교육 정보화를 추진하는 교육부와 외교통상부, 정보통신부 등이 부처별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각개 전투보다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이 기회에 저개발국에 대한 단순 ‘퍼주기식’ 원조를 넘어서 우리 정부가 챙겨야 할 실익이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대학 관계자는 “저개발국 지원 사업은 인내심을 갖고 냉정히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한국이 진정한 형님 노릇을 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말이다.
울란바토르(몽골)=디지털문화부·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