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의정부 우편집중국 RFID테스트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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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어엉…’. 한낮 불볕더위가 최고 절정에 달하는 오후 2시. 밤샘 작업이 끝나고 눈을 붙였던 것도 잠시. 폭염을 가르며 전국에서 배송돼온 우편물들은 의정부 우편집중국의 적막을 깨운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서울 북부와 의정부, 인근 지역의 우편물이 모두 한데 모이는 의정부 우편집중국. 전국 20여개의 우편집중국을 통해 밀려드는 우편물을 처리하기 위한 분주한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우편물을 담고 분류시스템 앞으로 속속 줄 짓는 팔렛(행낭). 전국 어느 집중국에서 왔는지 직원들은 발빠른 손놀림으로 팔레트 앞에 국명표찰을 붙인다. 각 우편물마다 태그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명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으면 이후 분실시 찾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컨베이어에 올려진 우편물들은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김경수씨(42) 앞에 잠시 멈춰선다. 김씨는 우편번호를 보고 관내 어느 우체국 어디로 보내야 할지를 판단, 22개 일련번호 중 하나를 누른다. 김씨는 “몇 년째 이일을 하고 있어 전국의 우편번호를 다 외웠을 정도”라면서 “오차율을 제로(0)로 낮추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손가락에 따라 갈 길이 정해진 우편물은 갈림길에서 자동으로 분류돼 해당 우체국이 표기돼 있는 팔렛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런 방식으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 3만여통. 요즘은 e메일 사용 확산과 경기부진으로 기업광고물(DM)이 줄어들면서 일거리도 줄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상황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물류 선진화 계획에 따라 의정부 우편집중국은 가장 먼저 전자태그(RFID) 테스트베드를 관내에 구축했다. 전남규 집중국장은 “배송체계를 혁신하고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연간 15% 정도 늘고 있는 소포와 국제특급우편(EMS)에 대응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테스트베드는 현재 도입중인 수작업, 반자동의 우편물 배송 과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기술개발을 맡은 박종흥 ETRI 우정기술연구센터장은 “팔렛뿐만 아니라 모든 우편물에 태그가 붙어 있어 접수에서부터 발송, 도착, 분류 등 일련의 과정에서 추적이 가능해 분실이나 오발송의 염려를 없앴다”고 소개했다.

 집중국 4층 200여평의 공간에 마련된 테스트베드는 아래층 우편물류 프로세스를 그대로 RFID 기반으로 바꿔 실제처럼 꾸며 놓았다. 우체국 접수창구 및 출고장에서부터 우편집중국의 입고장과 자동분류시스템, 출고장 그리고 일선 배달국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접수된 우편물에 발송인과 수취인, 주소 등 각종 정보가 담긴 태그를 붙이고 팔렛에 차곡차곡 담아 팔레트 태그를 인식시킨다. 이렇게 되면 서로 한 묶음이 돼 팔렛에 담긴 우편물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한 묶음으로 태그가 인식하지 않으면 발송창구를 빠져나갈 때 “체결되지 않은 등기 우편물이 있습니다”라고 인지시켜 준다. 우편번호를 보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도착 우체국을 지정하던 것들도 우편물이 컨베이어 위를 지나면 리더가 자동으로 읽어 제 위치로 옮겨 준다. 일선 우체국의 집배원들도 리더가 달린 PDA로 자신이 배달해야 할 우편물들을 손쉽게 골라낼 수 있다.

 우편물 오배송이나 분실로 고객들에게 지불하는 배상금이 연간 3억원. 남준현 우정사업본부 마케팅기획과장은 “민간 택배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RFID를 통해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생산성이 30% 이상 제고돼 그야말로 우정사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흥 ETRI 우정기술연구센터장은 “태그의 인식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과 태그 가격을 5센트 이하로 낮추는 것이 기술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2007년 불볕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던 의정부 우편집중국이 RFID를 기반으로 전세계에 내로라하는 선진 물류기지로 탈바꿈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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