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열풍과 함께 불어 닥친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과 기술력 중심의 창업바람이 불어 닥쳤던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의 진정한 벤처기업의 역할 및 창업 모델을 생각해 본다.
그동안 벤처 부작용 등으로 인해 벤처기업 자체가 갖는 국가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과 잠재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커져만 갔고 건전한 대다수의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던져졌다.
특히 국민의정부 출범 이후 IMF 극복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고용창출을 위해 핵심적인 방향으로 추진돼 온 벤처기업육성정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안타까운 경험을 한 뒤 이제 또다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의 한 축으로서 벤처기업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함께 성숙한 채찍질을 해야 할 때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온 벤처기업은 이러한 비리 의혹들의 중심에 있는 일부 불건전한 창업자 외에도 경쟁력 있는 시장 개척의 어려움, 인내력을 갖고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갖기보다 한건주의의 환상을 가진 일부 구성원, 제대로 된 투자환경 조성보다는 머니게임에 사로잡힌 투자가 등의 악의적 요소들로 인해 한때 벤처기업 모델 자체에 부정적 평가가 내려지려 한 적도 있다.
이러한 성급한 판단 및 편향된 시선은 세계 일류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대다수 벤처기업인의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좌절시키며 건전한 투자 자금 및 열정을 지닌 인력의 유입을 차단해 우리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벤처기업 육성 및 기술 집약적 창업의 싹을 원천적으로 자를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화를 견인하는 일부 대기업과 함께 벤처 및 기술 집약형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고려해 볼 때 그간의 아픔과 불신으로 옥죄었던 각종 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풀며 새로운 도약기를 위한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IT와 BT 등으로 대변되는 지식기반 경제의 세계적 조류하에서 신속한 기술개발과 상품화 및 의사결정에 장점을 가진 벤처기업의 육성은 필수적이다. 또 우리가 그동안 주력으로 삼아 오던 철강, 석유화학 등 자본집약형 장치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응해 우리 경제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도 기술 집약형 벤처기업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간 우리 경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던 대기업 위주의 경제조직을 보완해 주는 선의의 경쟁자 및 협력자로서도 벤처기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새로운 창조적 벤처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인력 양성, 실질적 시장 활성화, 관련 벤처기업의 네트워크화, 불공정행위의 지속적 단속 등을 위한 근본적인 벤처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즉 정부가 개입해 조정할 사안과 시장에 맡겨야 할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일련의 벤처비리 의혹은 벤처기업의 성장과 생존이 기술력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정책 등 시장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벤처기업 또한 기업가적인 모험정신,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벤처기업 특유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머니게임에 대한 집착보다는 스스로 세계 일류기술을 개발해 시장에서 성공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벤처기업을 창업할 때 누구나 가지게 되는, 세계에서 뒤지지 않는 일류상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의 중심에 서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간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일반 국민도 작금의 어려운 경제상황 및 일련의 불미스런 게이트 등 혹독한 겨울을 견뎌온 벤처기업에 대해 단순한 흑백논리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통해 일부 잘못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불합리성을 버리고 노력하는 성실한 벤처기업인들에게 따듯한 격려의 눈길을 보내야겠다.
◆김학배 연세대 창업보육센터장 hb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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