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의 지역전화업체들에 초고속 인터넷시장에서 경쟁사에 통신망을 개방하고 보편적 서비스 기금 등 각종 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해 온 규제 법안이 철폐됐다. 이에 따라 지역전화업체들의 앞으로 디지털 전용회선(DSL)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반면 이번 DSL 규제 완화로 소규모 ISP들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일(현지시각) 케이블사업자와 전화사업자 간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차별을 철폐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4명의 FCC 위원들은 지역전화업체들이 시내 전화선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DSL)를 ‘통신’이 아닌 ‘정보’ 서비스로 분류하는 새 통신법안에 찬성했다. FCC의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FCC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규칙 제정권을 인정한 지 불과 5주만에 나왔다. 이번 조치는 1년 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바로 적용된다.
그동안 지역전화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시장의 경쟁 촉진이란 정부의 명분하에 경쟁사에 싼 값에 망을 개방하고 매출액의 10%를 보편적 서비스 기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등 ‘통신’사업자로서 엄격한 규제를 받아왔다.
반면 케이블업체들의 인터넷사업은 ‘정보’서비스로 분류되어 각종 규제에서 면제돼 왔다. 지역전화업체들은 이러한 조치가 케이블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차별조치라며 정부측에 시정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초고속 인터넷시장에서 케이블사업자는 60%의 시장 점유율로 지역전화사업자를 능가했다.
이번 조치는 결국 FCC도 초고속 인터넷망에 대한 지역전화업체들의 투자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FCC는 이번 규제완화로 케이블 모뎀 서비스에 비해 저조한 DSL서비스의 미국내 보급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FCC는 전화사업자들에 대해 몇 가지 임시적인 제재조치를 적용했다. 우선 1년이란 유예기간 동안 전화사업자들에 제3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자신들의 라인을 공유하도록 했다.
또 DSL사업자들에는 앞으로 최소 1년여 동안 보편적 서비스 기금(USF:Universal Service Fund)을 납부하도록 했다. USF는 미국 시골지역의 인터넷 서비스 및 전화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들은 USF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DSL 규제 완화로 당장 손해를 보는 쪽은 소규모 ISP들이다. DSL서비스가 정보서비스로 분류되면 지역 전화회사들이 네트워크를 공유할 의무가 없어지고 ISP의 입지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시장에서 케이블 모뎀, DSL을 대신하는 인터넷 접속채널로 와이맥스 수요가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무선컨설팅기업 스펙트럴 어드밴티지의 한 애널리스트는 “FCC의 DSL 규제완화는 역설적으로 무선 인터넷 수요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면서 “앞으로 와이맥스용 주파수를 더 할당하라는 통신업계의 대정부 로비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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