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모델기반설계, 새 술 담을 새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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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업 부문에 걸쳐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의 역할과 응용 분야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우주선·항공기·자동차 등 복잡한 첨단기기에서 임베디드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반도체·통신장비·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활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업종에 상관없이 모든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자 및 엔지니어들은 소형화(miniaturization)·통합화(integration)·타임투마켓(time-to-market)·효율적인 위험 관리·고성능화에 대한 부담을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안게 됐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젝트 규모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타 사업부서와의 긴밀한 협업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란 말이 있다. 이는 최근 첨단 시스템 개발 기업이나 엔지니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텍스트 중심의 문서에 의존하던 요구사항 및 스펙 규정 작업과 고가의 시제품에 기반을 둔 디자인 공정, 수작업을 통한 코딩 생성 등 구현작업, 개발 맨 마지막 단계에서나 시행할 수 있던 테스트 및 검증작업 순으로 이뤄져 온 기존 시스템 개발법으론 최근 시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각 개발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통합적 차원에서 전 개발 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최근 임베디드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직면한 도전에 부응할 수 있는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에서는 ‘모델기반설계’ 기법을 최근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동향에 부응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델기반설계 기법은 개발 기획 초기에 이뤄지는 요구사항이나 스펙부터 설계 및 구현, 테스트·검증까지 전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포함하며, 과거 텍스트 기반의 요구사항 및 스펙 규정 작업이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신속한 반복작업 수행을 어렵게 한다는 데 착안, 이 과정에서 곧바로 실행 가능한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또 실제 시제품을 설계하는 경우 불완전할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보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스템의 오류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한다. 아울러 설계된 모델을 통한 자동 C코드 생성, 빠른 프로토타이핑, 하드웨어 인더루프 테스팅 등의 모델기반설계를 통해 더욱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델기반설계는 순차적으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개발 공정을 모델을 중심으로 좀더 유연하게, 유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도와 줌으로써 시스템 엔지니어들의 과제인 개발기간 및 비용 단축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움직임을 반영하듯 모델기반설계 기법을 이미 지원하거나 향후 지원을 약속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개발 기법을 채택, 투자대비효율(ROI)을 측정한 결과 개발시간이 50∼60% 단축됐고, 개발비용 또한 현저하게 절감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도 전 산업 분야로 널리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방법을 고집한 채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고 있는 기업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때론 조직의 변화까지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넣어 새 술도, 낡은 부대도 모두 망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몇몇 한국 첨단 임베디드 시스템 기업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그 우수한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만큼 세계적인 신기술 추이에도 발빠르게 대응해 나감으로써 한 발짝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짐 텅 매스웍스 부사장 jim@math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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