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석유 화학 제품 유통 업체인 로지트가 정보기술(IT)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HP와 손잡고 기업용 레이저 프린터와 플로터·인쇄기 등 디지털 사무기기 시장에 뛰어든 것.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로지트는 3년 안에 1000억원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그만큼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 IT부문의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는 오태수 이사(43)가 바로 ‘구원 투수’다.
“또 한 번의 도전입니다. 순탄한 길은 아니겠지만 해 볼 만한 비즈니스입니다. 로지트의 든든한 자금력과 개인적인 사무기기 분야의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3년 안에 네 자릿수 매출은 거뜬합니다.”
오 이사가 로지트 IT사업을 맡은 지는 불과 3개월. 하지만 그는 사무기기 업계에 몸 담은 지 15년을 넘어서는 베테랑이다. 90년 한국 후지제록스로 출발해 10년 만인 2000년 한국 엡손, 이어 5년 만에 로지트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오 이사가 여러 프린팅 품목 중 가장 기대를 거는 분야는 ‘인디고’로 불리는 디지털 대형 인쇄기. 인디고는 프린팅 업계의 강자인 HP가 인쇄기 시장 공략을 위해 추가한 전략 품목이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오프셋 장비가 점차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 대형 인쇄기는 오 이사에게 각별한 ‘인연’이 있는 제품이다.
“97년 후지제록스 재직 당시 ‘제록스’ 브랜드로 국내에 처음 디지털 인쇄기를 선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죠. 워낙 인쇄기 시장이 보수적이어서 기대만큼 성과는 올리지 못했지만 한 번 취급해 본 장비라 오히려 친근감마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인디고로 불리는 대형 인쇄 장비는 대당 가격이 3∼5억원에 달한다. 한 마디로 영업과 마케팅이 쉽지 않은 고가의 장치 시스템. 국내 수요도 기껏해야 1년에 25∼30대다. 오 이사는 올해 12대를 목표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지만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미 3개월 만에 6대를 팔아 치웠다. 제록스 등 경쟁업체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인쇄 시장도 빠르게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비는 기존 오프셋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점이 많습니다. 단지 사용자가 이를 모를 뿐이죠. 게다가 국내 디지털 인쇄 장비 보급률은 전체 장비의 2∼3%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잠재력이 풍부한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는 “국내에 2000개 정도의 인쇄업체가 있다”며 “이 중 10%만 디지털 장비로 바꾼다고 해도 200대가 바로 신규 수요”라고 강조했다.
오 이사는 “앞으로 3년 내에 주력 사업의 한 축으로 디지털 프린팅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라며 “후발업체지만 디지털 프린팅 분야의 ‘다크호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게 1차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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