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며칠 전 기자는 한 지방 방송국으로부터 보도자료를 한 건 받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최대 해수욕장의 모습을 방송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4시간 중계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벤트 기간에 매일 1시간 웹캠 줌인(영상 확대)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점이었다. 일반인이 직접 웹캠을 이용해 좋은 그림(?)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우수작(베스트 모델)을 뽑아 경품을 주는 내용이다. 볼거리를 제공해 홈페이지 방문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누군가가 타인의 수영복 모습을 몰래 확대·촬영하는 이른바 ‘몰카’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촬영된 영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홈페이지에 게재돼 인터넷을 통해 널리 유포될 것이 분명했다. 베스트 모델이 되어 경품을 받는다 하더라도 마냥 유쾌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수많은 네티즌이 이용하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떠돈다고 해서 포털 사이트들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극히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우리나라 대다수의 네티즌이 애용하고 있다. 이제는 메신저 대화도 해킹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휴대폰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탈의실이나 화장실 같은 공공 장소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년’에서 사회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권력 및 사회체계를 ‘빅브러더’라는 말로 표현했다. 빅브러더는 최근의 ‘미림팀’ 불법 도청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국의 이벤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빅브러더는 고위 권력층이 아닌 일반인의 일상생활 도처에도 존재한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이 우리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유독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사이버폭력 등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도 사실이다. 보도자료 하나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디지털문화부·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