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경제협력과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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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로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본격적인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 재개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발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발표한 경의선·동해선 연내 개통 등 여러 조치가 언론을 통해 연일 발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북 간 광케이블 연결을 통한 이산가족 영상상봉의 성사는 주목할 만하다. 많은 대기자와 고령으로 인해 직접 상봉이 힘든 이산가족들이 IT기술을 활용하여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그리운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영상상봉과 관련하여 북측과 기술협상하는 과정에서 북측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전혀 다른 환경하의 양측 통신망을 연결하는 그 자체가 생소할 텐데 광통신망으로 영상상봉을 하자는 데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남북 간 접속체계를 IP 방식으로 하고 그 IP 주소를 상호 교환했다. 과거에 이러한 정보교환을 생각이나 해 볼 수 있던 일인가. 그러나 양측은 당연하게 교환했다. 영상상봉용 통신망 구축은 남북 간 IT교류 활성화의 전기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상상봉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통신장비와 영상장비의 설치 및 시험·운용 등을 통해 남북한 IT분야 담당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힐 것이며, 이는 더욱 더 활발한 교류·협력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2시, KT는 분단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남북한을 잇는 역사적인 광통신망 연결식을 가졌다. 남북한 각각 20여명이나 참석하는 등 예상치 못한 지대한 관심이 쏟아졌고 장마 뒤의 폭염도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찬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번에 연결된 광통신회선은 모두 12코어로 이 중 4코어가 서울에서 평양까지 연결돼 이산가족 영상상봉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8코어는 향후 개성공단 통신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또 KT는 8·15 영상상봉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종합상황실 운영 등 철저한 준비는 물론이고 남북 간 상호 기술지원을 위해 기술전문가 2∼3명씩을 서울, 평양에 교차 근무시켜 만일에 대비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남북한 통신망에 대한 상호 신뢰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남북 IT교류 사업들은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얼마 동안 남북교류의 중심을 이루면서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서로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북한 SW의 위탁 판매, 애니메이션 원화제작 하청, 비교적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SW 공동연구 등과 같이 단순형태의 사업으로 대부분 상호 이해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북한의 IT분야 기술 및 인력수준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분석 없는 남한의 성급한 접근과 IT분야 현황과 정보를 남측에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는 북측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IT분야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남북 IT교류의 기본을 사업에 두기보다는 인도주의적 논리나 홍보효과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도 남북 IT교류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북한이 필요 이상의 기대심리를 갖게 하는 접근방식과 몇 대의 장비를 북측에 제공 또는 지원하면서 이를 홍보효과로 활용하는 사업들은 남북한에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단기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수익사업만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북한이 사업성과 수익성을 인식하여 지속적인 수익사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남측의 기업도 이윤을 추구하는 윈윈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이 IT기술과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에 기반을 둔 내실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IT 교류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으며 통일로 가는 지렛대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이산가족에게는 재회의 기쁨을 주고, 남북한이 힘을 합친 IT기술력을 보여 주는 영상상봉 역시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전세계인에게 역사의 한 장으로 간직될 것이다.

◆김병주 (KT 사업협력실 남북협력담당 상무) kkbj@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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