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향적 통신비밀보호 대책 마련을

김용석

몇 년 전부터 국회의 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주요 메뉴는 단연 불법 도·감청이었다. 정통부 정책을 둘러싼 여러 이슈가 골고루 거론되다가도 막상 국감장에선 여지없이 도청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묻혔다. 게다가 논란은 휴대폰 통화를 도·감청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에서 몇 년째 진전하지 못했다. 매년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인들은 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는 여러 의혹과 증거를 들이밀었고, 정통부는 몇 년째 CDMA 휴대폰 통화의 도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소모적인 정치공방의 대리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의 와중에 복제폰을 이용한 도청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도청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도청방지용 비화폰을 이용한다는 얘기들이 전해졌다. CDMA 기술 개발사인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도 “CDMA 도청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휴대폰 도청은 ‘가능성이 농후한 의혹’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능성이 농후한 의혹’은 시간이 지나면 현실로 드러난다는 것이 수십년간 우리 사회가 얻어 온 경험칙 아닌가. ‘설마’ 하면서도 ‘그렇겠지’ 생각해 온 주요 인사에 대한 도청 실태도 이번 ‘삼성 불법 대선자금 도청테이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물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도청’이라기보다는 ‘정경언 유착’이지만)

 이쯤 되면 논란의 초점을 휴대폰 도청의 현실성에만 맞출 일은 아니다. 기본권 중 하나인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불법 도청을 원천 봉쇄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때다.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서 이통사의 감청설비 제공 의무를 정하는 따위의 시대착오적인 접근은 없어져야 한다. 휴대폰뿐만이 아니다. 새 인터넷주소체계(IPv6) 도입으로 더 많은 개인정보를 담게 될 인터넷 로그기록, 전자태그(RFID) 인식에 따른 개인의 위치 및 생활정보, 스마트카드 이용·인터넷 결제로 늘어나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정보화 사회의 발전만큼 늘어나는 이면의 부작용들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다가오는 정기국회 때도 도청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앞서 정통부는 더욱 전향적인 통신비밀보호·개인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IT산업부·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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