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반도에는 지름신(神)이 강림했다. 지름신은 ‘예쁜 물건이나 첨단 컨버전스 제품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충동구매를 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MP3플레이어, 게임기, PDA, PMP, 디지털카메라만 보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미지의 신이다.
인터넷에는 지름신에 대해 ‘질러라’라는 지상명령을 지름교도들에게 끊임없이 내려 주시는, 연약한 인간의 머릿속에 끝없이 지르라고 외쳐 주시는 존재로 희화화된다. 물론 지름신 옆에는 항상 파산을 관장하는 ‘파산신’도 함께한다.
어원은 ‘지르다’와 ‘귀신신(神)’이다. 이 두 개가 합쳐지면서 인터넷 시대,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쇼핑 증후군 ‘지름신’을 창조했다. 지름신은 누리꾼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이제는 속세까지 내려왔다. 물론 그 원형은 프라모빌이나 카메라 렌즈, 낚시에 빠진 이른바 ‘광(狂), 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동호인들이겠지만.
지름신이 내리는 순간을 들여다보자. 지름신은 ‘자신도 모르게 구매할 만큼 유혹적인 제품’과 만나는 순간 난데없이 내린다. 물론 소비자는 지름신이 내렸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최신 휴대폰, MP3 플레이어, 게임기, PDA 등 첨단기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만’ 구입하고야 나서야 지름신이 왔었음을 알아챈다. 다리품을 팔지 않고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정보 검색과 구매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세상에 지름신은 참 빨리도 왔다 간다.
지름신의 출현에는 두 가지 필요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자신의 욕구에 맞는 완벽한 디자인, 기능을 갖춘 첨단 컨버전스 제품이 있어야 하고,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이 가능할 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여력은 그 물건을 사기 위한 돈이 아니라 다른 데 쓸 수 있도록 마련된 돈이다.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과 유혹적인 제품이 절묘한 타이밍을 이뤄야 소위 지름신이 내려온다. 이 지름신은 주로 경제적 여력이 있고 자신만의 독특한 소유욕을 갖춘 개성 강한 20·30대에서 나타난다. 이들의 소비패턴이 바로 컨버전스 경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름신,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름 아닌 컨버전스이자 우리 기업의 현주소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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