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올해는 과학기술부가 정한 ‘우주개발 원년’이다. 지금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에서는 우주센터(발사기지) 건설이 한창이다. 지난 15일에는 남제주군 표선면 하천리에서 우주발사체 추적소를 세우기 위한 첫 삽을 떴다. 오는 11월에는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2호’가 우주로 올라간다. 아직 일정과 방법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한국 첫 우주인도 뽑을 예정다.
이 정도라면 올해가 우주개발 원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전시성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완전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과기부는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토대로 우주개발을 위해 팔을 걷었다.
우리 정부가 우주개발에 눈을 돌린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과학기술자들도 크게 환영한다. 우주개발 자생력이 취약해 러시아 등에 많은 돈을 지급해 가며 기술협력을 요청해야 겠지만 투자대비효과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제1회 한·러 우주기술 워크숍’을 열고 위성용 전자통신부품을 공동 생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그런데 유념할 일은 ‘헛돈 쓰지 않기’다. 사실 러시아는 인공위성을 만들면서 굳이 한국산 전자통신부품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기존 러시아 기술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는 ‘우리가 기술협력에 필요한 돈을 댈 테니 인공위성용 전자통신부품기술을 좀 배웁시다’라고 요청하는 관계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을 때의 일화다. 크게 자극을 받은 미국이 이때 분발하기 시작했다. 우주개발을 본격화하다 보니 발사체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먹을 식량, 옷, 화장실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첨단기술이 필요했다. 특히 무중력 상태에서도 ‘잉크가 잘 나오는 볼펜’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다 볼펜 개발을 포기할 단계에 이르렀다. 고민이 깊어진 미국은 소련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소련에서는 ‘연필’을 쓰고 있었다.
과기부 우주개발계획이 ‘무중력 볼펜’과 같은 헛손질과 낭비를 피해 ‘우주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하기를 기원해 본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