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기술흑자국 달성 해법

요즘 기업 경영에서 국가 운영에 이르기까지 회자되고 있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혁신(innovation)’이다. 정부가 혁신을 강조한 것은 1990년부터다. 용어만 ‘개혁’으로 달랐을 뿐이다. 참여정부의 혁신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통령은 혁신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보고를 받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혁신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몰아쳤으면 ‘혁신 피로증’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냉소 분위기가 만만찮은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국가혁신을 추진하는만큼 과학기술 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슘페터가 경제 발전론의 중심개념으로 혁신을 제시하면서 혁신이 경제학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좁은 의미에서 보면 기술혁신을 가리킨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은 당연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혁신은 지난해 확정된 국가기술혁신체계(NIS) 구축이다.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해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60% 이상을 기술혁신이 기여하도록 하고 기술무역 수지에서 10년 이내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금 우리 기술무역 수지는 어떠한가. 만성적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1년 20억2360만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에는 27억3110만달러에 달했다. 그렇다고 국내 기술 수출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술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14억1640만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급증세로 타고 있다.

 기술무역 적자를 만드는 주범은 무엇인가. 작년 기술무역 적자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6억274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전체 적자규모의 23%를 차지한 전기전자 분야다. 이어 2위는 4억7780만달러 적자를 낸 정보기술(IT) 분야로 비중도 17.5%로 높다. 통신 분야도 4억630만달러의 적자로 14.9%를 차지했다. 모두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IT 분야다. 기술수출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고 무역흑자를 선도하고 있는 IT가 기술무역 적자의 주범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IT분야가 결국 외국기술로 해외 장사를 해왔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기술 적자국에서 탈피, 10년 이내 기술수출이 기술도입보다 많은 기술무역 흑자국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된다. 기술수출은 원천기술 자체를 외국기업에 수출한 것만이 아니라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 간 거래도 엄연히 포함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기술도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나가는 만큼 기술수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기술흑자국으로의 전환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일본이 산업공동화가 가속되면서 기술무역 흑자국으로 돌아선 사례도 있다. 그렇다고 산업공동화를 부추기는 것도 어리석다.

 지금은 기술전쟁시대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과학기술입국이다. 그만큼 연구개발(R&D) 투자도 갈수록 늘리고 있다. 왜 R&D 투자를 늘려도 기술무역 수지는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는 것일까. 대부분 기업이 기술개발에 대해 주도면밀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특허를 활용해 경영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해법을 여기에서 찾는 게 참여정부가 가치 있게 보는 혁신의 출발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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