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혜
수익률 558%. 2년 4개월 만에 8000억원에 가까운 주가 차익을 챙기고 SK를 떠난 소버린이 연일 화제다. 투기성 짙은 헤지펀드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거나 취약한 우리기업의 지배구조에 경종을 울렸다는 지적 모두 타당하다. 소버린이 가만히 앉아서 거액을 챙기고도 주가 차익에 대해서는 백억원 조금 넘는 세금을 냈다는 점에서 울분을 터뜨리게 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번 플레이에서 승자는 소버린이다. 하지만 패자를 찾긴 어렵다. 지난 18일 팔아 치운 소버린의 주식은 대부분 외국계 투자자들이 사들였으니 국내 투자자,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허리가 휘어진 건 아니다. 억울하게 당한 것 같은 SK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소버린이 주가 차익을 그만큼 챙겼다는 것은 그동안 SK의 주가 상승에 따라 기업가치도 높아졌다는 얘기다. 또 결과적으로 경영체질을 강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SK 주가가 18일 떨어졌다가 19일 다시 반등한 것만 봐도 ‘소버린과의 이별’이 오히려 호재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국민이나 투자자, 기업들도 많은 학습효과를 얻었다. 국내 대기업들은 어떻게 헤지펀드에 대처해야 하는지, 경영권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전보다는 훨씬 더 노련한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문제는 코스닥이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경영참여의 목적으로 외국인이 대규모 지분을 투자한 코스닥 기업이 50개에 이른다. 불과 30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코스닥 기업 10여개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외국인 지분 역시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 지금은 13∼14%대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가 주가 차익, 경영권, M&A 등 무엇을 노리는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코스닥 시장에도 빼내갈 것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지분이 들어오면 투명성 등을 인정받아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경계할 점도 분명히 있다. 코스닥 지수가 지금은 500선에 머물고 있지만 저평가가 해소되어 몇 년 뒤 1000으로 올라간다고 가정해 보면 코스닥 기업도 ‘소버린 사태’를 마냥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시점인 듯하다.
경제과학부·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