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役務)의 사전적 의미는 ‘노역(勞役)의 일’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유무형의 서비스라고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그래서 영문으로는 레이버(labor) 혹은 서비스(service)로 표기한다. 편리한 뭔가를 힘을 들여 제공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역무 구분을 놓고 벌이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 등 부처 간 소모적 논쟁이 도를 넘고 있다. 논의의 양상이 통신이냐 방송이냐의 이분법적으로 치닫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PTV다. 이는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방송콘텐츠를 제공하는 이른바 융합(컨버전스)서비스다. 통신서비스라 할 수도 있고, 방송서비스라 할 수도 있다. 순전히 새 서비스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기술·시장 측면에서 보면 이미 역무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융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에 애를 태우는 곳은 국내 서비스·장비업체들이다.
우리보다 통신인프라가 뒤지는 세계 여러 나라도 이미 신규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IPTV뿐만이 아니다. VoIP도 마찬가지다. VoIP의 경우 기반 인프라가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서비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상호접속 기준 등 법적·제도적 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서비스를 준비중인 사업자나 기대하고 있는 고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이미 야후BB를 통해 5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중이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80% 가량이 VoIP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IPTV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인프라가 좋다고 할 수 없는 미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도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역무 논쟁에 빠져 밤이 새는 줄 모른다. 통신·방송업계 또한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연구기관들도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학계도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다. 부처 간, 업체 간 이해다툼만 남은 꼴이다.
역무는 본래 정책용어기는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아닌 제공받는 자를 위한 표현이다. 부가통신이든 별정방송이든 논의의 출발점이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론은 명쾌하다. 규제정책보다는 서비스산업을 위한 역무를 생각할 때다.
IT산업부 박승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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