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생각주간(Think Week)

 “정신없는 세상에 제가 오늘 여러분께 ‘느림’을 던집니다.”

 최근 한 정부부처 행사에 ‘…혁신 리더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나온 강사는 이런 화두를 던졌다.

 디지털 시대라고 하면 ‘스피드’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강사는 생뚱맞게 ‘느림’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강사가 강조한 것은 ‘느림의 시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 단계 높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느려야 몰입할 수 있고 느림의 시공간에 몰입해야 한 차원 높은 상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몰입할 수 있는 느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외딴 별장에 머물며 ‘생각주간(Think Week)’을 가진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씩 미국 서북부지역의 작은 별장에서 일주일 간 칩거하며 MS의 장래, 더 나아가 디지털 세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아이디어와 전략을 창출하는 생각주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2층짜리 소박한 별장의 침실에서 온종일 전세계 MS 직원들이 작성해 온 보고서와 제안서를 읽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구상에 골몰한다고 한다.

 지난 1995년에는 당시 독보적 위치였던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리고 MS의 익스플로러를 탄생케 했던 문제의 보고서 ‘인터넷의 조류(The Internet Tidal Wave)’를 읽고 결단을 내린 것도 역시 생각주간의 산물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존중하고 자유롭게 작성된 문건을 통해 숙독하고 거기에 직접 반응해 아이디어를 전략으로 승화시키는 빌 게이츠라는 탁월한 선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완연한 여름 휴가철이다. IT업계 CEO들은 어떤 여름휴가를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올 여름휴가는 어디엔가 칩거하며 길고 긴 생각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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