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3)

 내 인생은 새로운 시도와 결단의 연속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은 공무원 생활을 접고 민간 기업으로 투신을 결정한 것이었다.

 나라 경제를 다루는 중요한 자리를 떠나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전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요즘에는 기업인으로 변신하는 공무원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결정이 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의 반대에 부딪쳤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변화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시작은 미국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경제부문에 있어 정부보다 민간 부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당시 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으로 정부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 경제가 점점 발전할 것이고 미국처럼 경제부문에서 정부 역할보다 민간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살려 민간기업에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특히 경제기획원에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과 예산 편성, 산업정책조정 등을 통해 나라살림에 참가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물경제를 접해볼 수 있는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들을 실물경제에 도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큰 힘을 실어주면서 과감하게 전직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미 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었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이상 결단을 행동에 옮기는 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해 73년부터 시작한 14년간 공직생활이라는 인생의 1막을 내리고 87년 기업인으로서 2막을 열었다.

 처음에는 민간기업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탁을 받는 입장에서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과거에 동료이고 후배였던 공무원들에게 때로는 불가피하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말해서 공무원 물을 빼는 것, 목에서 힘을 빼는 것이 시급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내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공무원으로서의 습성을 버리고 철저히 기업 마인드로 무장하는 작업에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렇게 마인드를 먼저 바꾸고 나니 기업인으로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어떻게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문화였지만 새로운 문화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만 있다면 그 차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공직에 있는 지인들 중에 ‘기업인’으로의 변신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목에 힘 뺄 자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오라’고 충고해주곤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고민만 하다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실제 현실이 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장애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역으로 장점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또한 공직생활이 민간기업의 적응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었지만 실제 기업인으로 변신했을 때 거시적인 차원에서 시야의 폭을 넓혀 일할 수 있었던 공직경험이 기업인으로서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경제에 대한 거시적 감각을 실제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떻게 보면 경영층으로 올라가면서 거시적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능력이 더욱 요구되기 때문에 민간기업이라는 한 분야에서 성장한 기업인들보다 오히려 나같이 공직에서 거시적인 감각을 키우고 기업인으로 변신한 케이스가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래는 망설이는 사람이 아닌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말을 인생 속에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ceo@tysystems.com

사진: 85년 경제기획원 산업3과장 시절 동료들과 함께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앞줄 왼쪽 세번째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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