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사의 음악산업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형태도 종래의 분업관계에서 인수를 통한 직영체제로 바뀌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는 대형 음반사를 인수해 제작·유통의 수직계열화를 완료했고 300억원 규모의 음악펀드 설립도 발표했다.
음악업계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편에서는 수년간의 매출 감소로 바닥난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반면 가뜩이나 궁핍한 음악시장에서 공룡이 싹쓸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어떤 예측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통사와 음악업계 사이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이통사들의 영역 확대에 있다. 외국처럼 캐리어(carrier)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유통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분업을 통한 상생의 좋은 모범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이통사도 음악산업에 진출한 이상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몇 가지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공정한 이익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바일 상품(통화대기음·벨소리·MOD 서비스 등)의 이익분배가 불공정하다는 것은 모두가 지적하는 바이며 음악업계와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다. 제작자가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어렵게 제작·홍보한 음악을 이통사들은 아무런 부담없이 단순 배급하면서 매출의 30∼50%를 자기 몫으로 챙긴다. 제작자 몫은 평균 24%에 불과하다. 게다가 콘텐츠 이용료의 배를 넘는 음악 관련 데이터 사용료를 벌고 있다. 세계 어느 이통사도 이렇게 높은 마진을 취하지는 않는다.
적정 배분을 묻는다면 음원권자 배분 몫의 세계 평균인 40% 정도를 제안한다. “나누는 데는 인색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데는 돈을 퍼붓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대승적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배타적 독점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 이통사는 수천만 가입자 기반과 독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처럼 통신망의 독과점을 이용하여 자사 사이트와 자사가 지정한 콘텐츠제공업체(CP)를 통해서만 자사 모바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다. 대다수 인터넷 사업자 및 이해 당사자와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며 선택 폭을 제한해 소비자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개연성이 높다. 이동통신망은 국가적 인프라고, 국가의 인허가를 얻은 이동통신 사업자는 통신망의 자유롭고 공정한 이용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유효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배타적 정책을 거두고 망 개방과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표준화(호환)에 협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악업계와 상생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휴대전화의 DRM을 일방적으로 해제해 불법파일을 사용 가능하게 했다. 지금도 이용자들이 불법사이트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이통사가 제공한 프로그램을 통해 MP3폰에 불법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통사는 음악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소리바다와 공동마케팅을 하고 TV광고까지 했다. 불법을 조장해 가입자 유치를 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이통사들의 정책이 일방적이다 못해 독단적이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음악업계와의 협의는 없었고 오직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가부 표현만 강요했다. 상품개발·가격·분배 요율, 심지어 계약의 해지까지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런 식으로는 협력도 상생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음악 콘텐츠 제작과 개발에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음악산업은 돈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담대함으로, 음원권자는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익을 주장하고 때로는 양보해야 한다. 모든 이해 당사자가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통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만이 음악업계가 부활할 수 있는 길임을 우리 모두 새겨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시장의 선점과 독점에 집착하면 한국음악산업의 미래는 없다.
◆방극균 예전미디어 사장 bkk9271@yjmus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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