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폭탄 테러가 일어난 지 엿새째다. 안정을 되찾고 있다지만 런던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여전할 것이다. 머나먼 한국에서도 지하철 타기가 겁이 날 정도니 그곳 사람들은 오죽할까.
범인 잡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중인 런던 경찰청은 시민들에게 사진이나 동영상, 비디오테이프 등의 기록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고, 전용 e메일 계정에 수천 명이 제보했다고 한다.
피투성이 사진과 떨리는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은 금세 세계로 퍼졌다. 시민들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렸고 방송사들도 이를 보도했다. 매캐한 연기 속에 입과 코를 막은 사람, 터널 속 한 줄기 빛을 향해 걷는 사람들을 보며 아마도 이보다 더욱 참혹했을 대구지하철 참사가 떠오른다.
공포심은 현장 밖 사람들이 더했을지 모른다. 통신망이 끊겨 안부를 몰라 애태우는 가족의 절박함을 그 누가 알까.
언뜻 보면 정보기술(IT)은 테러리스트 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발 테러엔 휴대폰을 기폭 장치로 썼다고 한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런던 테러도 휴대폰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IT를 잘 아는 영국 대학생의 소행”과 같이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았다.
9·11 용의자들도 온라인으로 정보를 교환했다. 테러리스트 웹사이트는 이미 세계를 향한 ‘대자보’ 구실을 한다. IT 원조가 IT를 이용한 테러를 당하다니 아이러니다.
물론 IT는 테러 전쟁에도 유용하다. 인터넷사업자와 공조해 테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미국은 부인하지만 통신정보를 위성망으로 감시하는 ‘에셜론’을 운영중인 것으로 보인다. 생체여권 등 보안기술도 강화했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국제 테러조직과 상관없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기존 정보로는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테러를 막는 데 IT를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종교와 경제 갈등을 푸는 근본적인 접근이 없으면 미봉책일 뿐이다. IT 발전에 따라 실시간으로 테러 현장을 보게 되면서 곱절로 커진 테러 공포가 새삼 이를 일깨워 준다.
국제기획부·신화수차장@전자신문,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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